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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박물관, 세금 140억 들여 새 단장했는데... "물 새고 벽은 너덜너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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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회박물관, 세금 140억 들여 새 단장했는데... "물 새고 벽은 너덜너덜"

입력
2022.08.05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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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입구 바로 위 내장재 떨어질 위험
리모델링만 1년... 부실 공사 징후 뚜렷해

지난 4월 11일 박병석(가운데) 당시 국회의장과 정진석·김상희 국회부의장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개관식을 마친 후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지난 4월 11일 박병석(가운데) 당시 국회의장과 정진석·김상희 국회부의장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개관식을 마친 후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저거 괜찮은 건가요? 떨어지면 큰일 날 것 같은데...”

시민 이모(42)씨는 3일 두 자녀와 서울 영등포구 국회박물관(옛 헌정기념관)에 들어서자마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박물관 벽에 붙은 목재로 만든 합판 내장재가 금세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황당한 일은 또 있었다. 이곳은 지난해 9월부터 140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 새 단장 기간만 1년 가까이 된다. 그런데 재개관한 지 4개월도 안 돼 곳곳에서 부실 징후가 포착된 것이다.

지난 4월 재개관한 국회박물관 곳곳에서 내장재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도형 기자

지난 4월 재개관한 국회박물관 곳곳에서 내장재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도형 기자

국회박물관은 임시의정원 개원 103주년을 기념해 올해 4월 11일 재개관했다. 임시의정원부터 지금까지 국회 활동과 의회 민주주의 관련 자료를 보관ㆍ전시한 뜻깊은 장소다. 제1종 국립박물관으로 지정됐고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대의민주주의 역사가 서린 박물관은 누가 봐도 엉터리 공사를 의심케 했다. 4일 직접 찾아 가보니 곧 떨어져 나갈 듯한 목재 내장재만 10곳 넘게 눈에 띄었다. 벽과 내장재의 벌어진 틈을 흰색 테이프로 어설프게 봉합해 놓기도 했다. 출입구 근처에 있는 내장재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아 자칫 관람객들의 부상마저 우려됐다.

2층에선 아예 물이 줄줄 새 빗물을 받기 위한 플라스틱 바구니 두 개가 복도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한 관람객은 “세금 140억 원을 대체 어디다 썼길래 이런 조잡한 전시 공간을 만든 거냐”고 혀를 찼다. 익명을 요구한 박물관 직원도 “벽 내장재가 떨어져 관람객이 다칠까 봐 온종일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국회박물관 곳곳에서 내장재 탈락 현상이 발생하자, 국회사무처는 흰색 테이프로 임시 조치했다. 김도형 기자

국회박물관 곳곳에서 내장재 탈락 현상이 발생하자, 국회사무처는 흰색 테이프로 임시 조치했다. 김도형 기자

상황이 이런 데도 박물관 운영을 담당하는 국회사무처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마철의 높은 습도 탓에 내장재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 결과”라는 것이다. 사무처 관계자는 “시공사가 얼마 전 점검을 했는데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업체의 안전진단은 의뢰하지도 않았고, 천장 누수는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박물관 2층 복도에 빗물을 받기 위한 붉은색 플라스틱 바구니가 놓여 있다. 김도형 기자

국회박물관 2층 복도에 빗물을 받기 위한 붉은색 플라스틱 바구니가 놓여 있다. 김도형 기자

시공 전문가들은 단순 하자로 보기 힘들다는 견해를 내놨다. 공사 자체가 부실했다는 진단이다. 한 인테리어 업자는 “단순히 습기 때문에 내장재가 이렇게 뒤틀리지는 않는다”며 “시공사가 자재 선택부터 잘못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하자가 이 정도면 배상을 청구해야 할 것”이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사무처는 장마가 끝나면 곧바로 보수공사에 착수할 계획이지만, 관람객들은 당장 운영을 중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공 담당 업체는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선정됐다. 사무처는 당시 공사 추정 가격으로 108억6,606만 원을 써냈는데, A업체는 한참 모자란 72억 원을 적어내 낙찰됐다. 그때도 박물관을 다시 꾸미는 데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적지 않았다. 김진애 당시 열린민주당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굳이 전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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