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대법원에 '외교적 노력' 의견서 제출"
피해자 측 "배상 집행절차 지연시키려 거래"
지원단체들, 민관협의회 불참 방침 밝히기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관련해 한국 법원으로부터 ‘자산 매각’ 명령을 받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대법원에 최종 판단을 보류해 달라는 공식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반발에도 ‘외교적 해법’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입장에 기대 대법원 결정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ㆍ김성주 할머니와 관련한 대전지법의 상표권 및 특허권 매각 명령에 대해 지난달 20, 29일 한국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언급한 상고ㆍ재항고이유 보충서를 대법원에 냈다. 업체는 의견서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소된 만큼 제3국이나 별도 중재위원회에서 배상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측은 ‘한국 민관협의회를 통한 배상문제 해결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매각 명령 판단은 보류돼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한국 외교부가 지난달 26일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근거로 한 건데, 회사는 민관협의회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당시 외교부는 “한일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대일 외교협의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적시했다.
정부, 외교 해법 고수하지만 피해자 설득 어려워
새 정부 방침이 나오자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외교부 의견서는 사실상 대법원 결정을 미루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피해자들의 권리 실현에 재를 뿌리는 행위이자 한국 사법제도를 향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 민관협의회에 참여했던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와 피해자 법률대리인 역시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 행위는 피해자 측의 권리행사를 심각하게 제약한다”며 민관협의회의 불참을 통보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법원의 현금화 명령 전에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외교적 해결 방안 마련이 한일관계와 피해자 모두에 이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외교를 통한 한일관계 개선’은 윤 정부의 대일 정책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과 만나 “대법원 판결 전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 양국관계에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일 외교당국이 합의점을 찾더라도 피해자와 다수 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관협의회 한 축인 피해자 측이 불참 방침을 밝힌 것부터 정부에 부담이다. 외교부는 일단 민관협의회 등을 통해 피해 당사자들과 소통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 회의는 이달 중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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