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한 달여 앞, 주요 성수품 비교
11개 성수품 중 7개 가격 뛰어
채솟값 급등, 그나마 배·사과는 하락
올해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추석 차례상 준비에 나선 강모(64)씨는 한숨부터 내뱉었다.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올라 차례상 차림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트에 가도 물건을 다시 내려놓는 일이 부지기수예요. 최대한 간소하게 차릴 생각이지만 그마저도 솔직히 부담스럽네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하면서 이른 추석을 준비하는 서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성수품 가격이 더 뛰는 점을 감안하면 장바구니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3일 농산물유통정보·축산물품질평가원에 공시된 주요 성수품 11개의 가격을 비교했더니, 사과·배·달걀·소고기(안심)를 제외한 7개 품목의 지난달 평균 가격이 1년 전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석 성수품으로 지정한 무·사과·배·닭고기·밤·달걀·대추·소고기·돼지고기·마늘·양파·감자 등 13개 품목 중 가격 정보가 나와 있지 않은 밤·대추를 제외하고 살펴본 결과다.
이른 장마와 폭염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엽근채소의 가격 상승률이 가장 컸다. 배추의 지난달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포기당 5,637원으로, 전년 동월(3,390원)보다 66.3% 뛰었다. 같은 기간 무도 개당 가격이 1,762원에서 2,535원으로 43.9% 치솟았다. 고랭지 배추 생산량이 줄면서 7월 출하량은 평년보다 6.3%, 8월은 4.1% 줄어들 것으로 농촌경제연구원이 내다본 만큼 배추 가격 상승은 이달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극심한 봄 가뭄 탓에 생산량이 10~20% 급감한 양념채소(양파·마늘)도 물가 대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달 양파와 깐마늘 ㎏당 평균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30.2%, 13.6% 치솟았다. 감자 가격 역시 100g당 431원으로 57.3%나 상승했다. 이른 장맛비가 쏟아진 뒤 폭염이 계속되면서 갑작스레 고온다습하게 바뀐 생육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썩어버린 탓이다. 소고기와 닭고기는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상황이 그나마 나은 건 과일이다. 사과와 배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가격이 떨어졌다. 지난달 배(신고 품종) 10개의 가격은 4만74원으로, 1년 전(5만1,767원)보다 22.6% 하락했다. 부사 품종의 사과 10개 가격 역시 이 기간 10.3% 가격이 낮아졌다. 다만 주요 성수품 가격이 상승 추세인 만큼 송편·나물·약과·청주 등을 모두 포함한 차례상 차림 비용은 30만 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29만7,804원이었다.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총력 대응에 돌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무 2,000톤 등 정부 비축 물량을 방출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우 암소와 돼지에 대한 도축 수수료도 지원해 추석 성수기 공급 물량을 평소보다 1.25~1.7배로 늘린다. 기획재정부도 이달 중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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