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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푸틴 '핵 억제' 외쳤지만… "인류, 핵으로 절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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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푸틴 '핵 억제' 외쳤지만… "인류, 핵으로 절멸할 수 있다"

입력
2022.08.02 19:10
수정
2022.08.04 14:31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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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핵전쟁 승자 없다" 이례적 메시지
韓 정부, 北 핵도발 중단·대화 복귀 촉구
각국 이견 탓, 직전 회의처럼 '빈손' 우려

지난달 28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남 위협 발언 관련 소식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남 위협 발언 관련 소식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7년 만에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는 ‘핵 억제’라는 목표를 재확인했지만, 실현까진 갈 길이 멀다. 핵위협은 오히려 냉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①7차 핵실험 초읽기에 들어간 북한 ②핵공격을 지속적으로 시사하는 러시아 ③핵합의 복귀가 불투명한 이란에 싸늘한 시선이 쏟아진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한반도, 중동,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핵위기가 곪아 가는 시기”라며 “인류는 단 하나의 오해, 단 하나의 오판만으로 핵무기에 의해 절멸될 수 있는 위기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러시아, 핵 억지 강조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막을 올린 NPT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일부 국가의 핵증강 움직임을 견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책임 있는 관리인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과 동맹, 파트너들의 중대한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극단적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핵 억지를 강조하며 비(非)핵보유국에 대해선 강경 대응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한 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서한을 통해 “핵전쟁에 승자는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전쟁은 절대 시작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수차례 시사해온 점을 감안하면 예상 밖 발언이었다.

지난 4월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사르마트' 시험 발사 장면. 모스크바 북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발사됐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지난 4월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사르마트' 시험 발사 장면. 모스크바 북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발사됐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북한 CVID 목표 달성 최우선”

그러나 지구촌에는 짙은 핵 암운이 드리워 있다.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이다. NPT 회의에선 북한의 핵확장 시도가 집중 질타를 받았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거론하며 “불법 핵무기 확대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 역시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핵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일 뿐 아니라 NPT 체제 생존 가능성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 달성을 위해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장관 공동성명에서 “여전히 북한이 가진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에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핵사용 억지를 실질적 우선 순위로 남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CVID가 최우선 원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단 하나 오해로 인류 절멸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핵전쟁 위험이 냉전 이후 가장 높아진 점도 당면 과제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 시아는 북한과 함께 지구를 위협하는 양대 축으로 지목됐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핵사용을 수차례 시사한 것은 물론, 원전 공격으로 △핵보유국의 핵군축 △핵 비보유국의 핵무기 금지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NPT 3대 축을 모두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핵무기 포기 대가로 영토 보전과 독립 주권을 보장받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침공당한 현 상황은 다른 나라에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공산도 크다.

지난달 31일 이란 테헤란에서 한 시민이 국기가 그려진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이란 테헤란에서 한 시민이 국기가 그려진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교착 국면이 풀리지 않는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 미국과 패권 경쟁을 시작한 중국이 빠르게 핵무기 보유 대수를 늘리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이란과 미국이 혁명수비대의 외국 테러조직(FTO) 지정 철회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최근 이란은 “90%의 농축 우라늄을 손쉽게 생산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NPT 회의가 이번에도 성과 없이 끝날 거라는 전망도 잇따른다. 핵보유국과 비보유국의 입장이 다르고 비보유국 사이의 정치적 이해가 갈리는 탓에 의견을 모으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열린 2015년 회의도 중동의 비핵화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이다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는 “세계 각국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꿈꾸며 회의장에 모였지만, 그 목표는 점점 현실과 멀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NPT 회의는 핵군축,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을 논의하기 위해 191개 국가·지역이 모이는 회의체로 5년마다 열린다. 유엔 회원국 가운데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협약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03년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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