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브로맨스 대항마로 떠오른 워맨스 장르
'여적여' 프레임 깨며 열풍
무엇보다 중시되는 이야기의 힘
수년 전 여성 캐릭터와 여성 서사가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워맨스' 드라마가 브로맨스 열풍이 지나간 자리를 채웠다. 여성 배우들도 이를 반기며 즐거운 마음으로 유행에 가담했다. 그러나 워맨스가 흥행의 필승법은 아니다. 올해 '그린마더스클럽' '클리닝업' 등 워맨스를 외쳤던 드라마들이 큰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지난해 tvN '마인'을 시작으로 여성과 여성의 관계성을 조명하는 워맨스 드라마들이 물꼬를 텄다. 그간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 구도가 주로 다뤄진 것과 달리 여성과의 유대를 포커싱 하면서 신선함을 야기했다. 특히 티빙 '술꾼도시여자들'이 꽤 좋은 성적을 내면서 워맨스 장르 유행에 속도가 더해지는 듯 했다.
워맨스에 기대선 흥행 어려워
그러나 최근의 워맨스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의 높은 기준에 부딪혀 합격점을 못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오히려 워맨스보다 여성 원톱물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시점이다. 워맨스 드라마의 열풍이 다소 주춤해졌다는 의견이 나오는 대목이다.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이라는 좋은 라인업을 내세운 드라마 '서른, 아홉'은 비교적 평이한 수준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이를 비롯해 '그린 마더스 클럽' '클리닝 업' '킬힐' '하이클래스' 등 적잖은 워맨스 드라마들이 조용하게 극을 마무리했다.
여성들의 우정이 각기 다른 배경을 기반으로 그려졌지만 시청자들에게 인정 받는 작품은 극히 일부가 됐다. 워맨스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완성도 높은 이야기가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가령 '클리닝 업'의 염정아는 주체성과 다른 캐릭터들 간의 케미스트리를 갖췄지만 전개의 개연성이 미흡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필승법은 이야기의 힘
결국 반짝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워맨스 장르에 또 다른 재미를 가미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워맨스 장르가 초반에 사랑 받았던 비결은 진부함 속 신선함이었다. 한때 유행했던 브로맨스의 반대어처럼 등장한 워맨스가 입지를 굳혔던 이유는 색다른 재미를 갖췄기 때문이다. 러브라인 속에서 여성이 연적을 견제하는 플롯은 너무나 익숙하다. 여기에 변주를 둔 워맨스 장르들이 새롭게 느껴진 것은 당연하다.
이 가운데 워맨스 장르 열풍은 당분간까지도 이어질 예정이다. '술꾼도시여자들' 시즌2가 지금의 흐름을 뒤집을 기회를 노린다. 아울러 tvN 새 드라마 '작은 아씨들'도 워맨스 장르 기대작으로 꼽힌다.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식상함으로 점철된 러브라인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유대에만 초점을 맞춘 워맨스는 이제 진부한 코드가 됐다. 여성들의 우정과 의리가 흐름을 타고 수없이 쏟아졌기에 워맨스 장르만으로 흥행하긴 어렵다. 결국 워맨스 장르의 필승법은 당연하게도 좋은 이야기다. 여성 배우들의 환호를 받았던 워맨스 장르가 부디 짧게 스쳐 지나가는 유행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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