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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살해는 '외톨이 늑대' 테러… 한국에 전파될 수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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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살해는 '외톨이 늑대' 테러… 한국에 전파될 수도"[인터뷰]

입력
2022.08.02 14:00
수정
2022.08.02 14:14
24면
0 0

일본 범죄심리학자 기류 마사유키 교수

일본의 범죄심리학자 기류 마사유키 도요대 교수. 본인 제공

일본의 범죄심리학자 기류 마사유키 도요대 교수. 본인 제공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달 참의원 선거 유세 중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범인 야마가미 데쓰야는 가족을 고통에 빠뜨린 통일교에 대한 원한이 범행 동기라고 밝혔다. 정치적 이념이 아닌 개인적 원한 때문에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사건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야마가미의 범행은 2000년 이후 일본에서 여러 차례 발생한 무차별 살상 사건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일본 과학수사연구소 소속 프로파일러로 20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저명한 범죄심리학자 기류 마사유키 도요대 교수는 이런 범죄를 ‘일본형 론 울프(Lone wolf·외톨이 늑대) 테러’라 명명했다. 한국 드라마 ‘시그널’의 일본판 감수도 맡은 적 있는 기류 교수를 1일 도쿄의 도요(東洋)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미국, 유럽에도 ‘외톨이 늑대 테러'가 있다. 일본과 다른 점은.

“외톨이 늑대는 조직에 속하지 않은 단독 테러범을 가리킨다. 서양에선 특정한 정치 사상이나 종교 등에 경도된 경우가 많다. 이슬람계 이민자 2, 3세가 빈곤과 차별에 시달리다 인터넷으로 접한 극단주의 사상에 물들어 테러를 저지르는 유형을 예로 들 수 있다. 일본형 외톨이 늑대 테러는 그런 사상적 배경 없이 개인적 원한 등 자기 중심적인 동기에 따라 무차별 살인 등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를 일으킨다는 점이 다르다.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 사건(2008년, 7명 사망), 사가미하라 장애인 시설 살상 사건(2016년, 19명 사망), 교토 애니메이션센터 방화 살인 사건(2019년, 36명 사망), 오사카 빌딩 방화 살인 사건(2021년, 25명 사망)이 대표적이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공격도 같은 유형인가.

“정치적 이념 때문이 아니라 통일교에 대한 개인적 원한에 의해 사회적 충격이 큰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 유형에 해당한다고 본다. 다만 범행 방식에서는 차이점도 있다. 이전엔 주로 모르는 사람을 무차별 살상하는 범죄가 많았는데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 한 사람만 겨냥했다. 처음에는 폭탄을 제조하려 했지만 그럴 경우 다른 사람도 다칠 수 있어 총으로 바꿨다는 진술도 했다. 통일교와 관련이 있는 매우 영향력 있는 사람을 노리면 파장이 클 것이라 예상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무차별 범죄와 달리 꽤 영리하게 머리를 썼다는 면도 다르다.”

-이런 범죄가 거듭 일어나는 원인은.

“보통 세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정신 질환 등 생물학적 원인이다. 양육 환경 등으로 인해 특정한 성격을 갖는 심리학적 원인도 있다. 마지막으로 빈곤이나 사회적 지위 같은 사회적 원인이 있다. 2000년 이후 일본의 대량 살상 범죄가 크게 증가한 데는 사회적 요인이 크게 관련돼 있다. 일본 특유의 사회적 ‘폐색감(閉塞感)’이 기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 자민당사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총리 조문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 자민당사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총리 조문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폐색감이란 ‘고독감’과 비슷한 뜻인가.

“단순히 고독한 것과는 다르다. 일본에서 널리 쓰이는 ‘폐색감’은 '사방이 꽉 막혀 있어 답답한 상태인데 본인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무력하다고 느끼는 감정'을 말한다. 2000년대 이전까지 한국과 일본의 범죄 양상은 비슷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보면 여성을 대상으로 성적 학대를 하고 최후에 살해한다. 일본에도 당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버블 붕괴 후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피해자의 성별과 무관한 살상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답답한 상황에서 깊은 무력감을 느끼다 ‘나는 이제 안 된다’는 막다른 생각에 다다르면 사회에 충격을 주는 범죄를 일으키는 것이다. 한국에선 이런 범죄가 별로 없지만 앞으로 10년 후엔 어떨지 모르겠다.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미국에서 생기면 시차를 두고 유럽, 일본, 한국 순으로 건너가는 경향이 있다.”

-이런 범죄를 미리 찾아내 예방할 수 있나.

“단독 범행은 서양에서도 찾아내기 쉽지 않다. 적발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 핵심은 사람과의 연결이다. 과거에는 가족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지금은 가족은커녕 친구와도 내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전혀 모르는 제3자에게라도 마음을 터놓고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담 창구나 커뮤니티 같은 것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 속에 사는 각국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어려움을 서로 나누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것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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