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함께 성장하는 시간… 위안을 주는 청소년 소설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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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함께 성장하는 시간… 위안을 주는 청소년 소설 4편

입력
2022.08.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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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에 지친 10대가 만난 희망 '페퍼민트'
정체성 고민에 집중한 단편 '사계절 앤솔러지'
폭력의 대물림을 끊어낼 힘 '허니보이 비'
이해의 과정을 VR 통해 그린 '언더, 스탠드'

데뷔작 '유원'으로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거머쥔 백온유(왼쪽) 작가가 신작 '페퍼민트'를 냈다. 페퍼민트·백온유 지음·창비 발행·268쪽·1만4,000원

아동·청소년 상담으로 대중적 인기를 모은 오은영 박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좋아하는 성인 중에는 부모가 아닌 경우도 적지 않다. 상담을 보면 힐링이 된다고들 말한다. 어린 시절 채 소화하지 못한 감정과 미해결한 고민이 성인이 되어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탓이다. '청소년 소설'이 성인에게 울림과 위안을 주는 까닭이기도 하다.

장편소설 '페퍼민트'는 용서와 화해를 경험한 10대들을 통해 성장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작품이다. 데뷔작 '유원'으로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백온유 작가가 썼다. 소설은 고3 소녀 시안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전염병 프록시모에 감염된 뒤 식물인간 상태가 된 엄마를 6년간 간병한 시안은 문득 엄마를 포기하고 싶어지지만 이내 몰려오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너무 슬퍼하지 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장애인 아들을 돌보며 전문 간병인으로도 일하는 한 인물의 대사를 통해, 저자는 돌봄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보여주며 위로를 전한다.

시안은 어린 시절 가깝게 지낸 친구(해원) 가족을 다시 만나며 미움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슈퍼 전파자'가 된 후 잠적했던 해원이네가 자신과 달리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럼에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회복하는 두 친구를 보며 독자도 성숙한 관계란 무엇인가 돌아보게 된다.

(왼쪽 사진) 허니보이 비·윤해연 지음·라임 발행·176쪽·1만1,000원 (오른쪽 사진)언더, 스탠드·추정경 지음·돌베개 발행·196쪽·1만3,000원

청소년기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래서인지 아버지와의 관계를 그린 청소년 소설도 많다. 추정경의 장편소설 '언더, 스탠드'는 한 인간으로서 아버지, 부모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게임과 가상현실(VR) 등의 소재와 엮어 흥미롭게 풀었다. 스타트업 대표인 주인공 목훈은 뒤늦게 가정으로 돌아온 아버지와 각종 VR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관계를 쌓아간다. 치과치료를 받기 싫어하는 아버지를 위해 치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고, 뱃사람이었던 아버지와 고등어잡이 배를 구현한 VR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식이다. 주인공이 끝내 아버지를 이해했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목훈에게 아버지 또래의 인물이 건넨 말("이해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일세. 함께했으니 됐네.")로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 자체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다.

윤해연 작가의 장편소설 '허니보이 비'는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한 열여섯 주인공 연우의 얘기다. 어머니가 집을 떠나고 아버지도 자신이 키우던 벌떼 공격으로 죽자 연우는 아버지의 지인인 '진우 삼촌'과 살게 된다. 거기서 자신처럼 "부모로부터 벌을 받는 아이"인 해나를 만난다. 이 둘은 가정 폭력을 경험한 어른(진우 삼촌)과 함께 상처를 치유하며 폭력적인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 영화 '미쓰백'과 비슷한 감동, 폭력의 대물림을 끊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한다. 또 벌과 소통하는 소년이라는 판타지적 상상력이 재미를 더한다.

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모로의 내일, 바깥은 준비됐어·이선주 외 지음·사계절 발행·164쪽, 168쪽·각 1만2,000원

한국 최초 청소년문학 공모인 사계절문학상 20주년을 기념해 최근 발간된 앤솔러지(작품집)인 '모로의 내일' '바깥은 준비됐어'는 정체성을 화두로 삼았다. 청소년기부터 시작해 어쩌면 눈감는 날까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괴로운 우리에게 매력적인 단편 10편이 담겼다. 성정체성, 부모의 문화적 뿌리, 가상공간과 현실 등 여러 관점에서 정체성 문제를 겪으면서도 '나'라는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가령 정은의 '백 투 더 퓨처'(바깥은 준비됐어)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성정체성에 대한 열린 생각을 담았다. 이선주의 '선택'(모로의 내일)은 '이혼을 권하는 소설'이라고 비판하는 독자 메일을 받은 청소년 소설 작가를 주인공으로 선택하는 삶의 무게감을 다뤘다. "성장한 사람들이 아니라 성장해 버린 사람들"인 대부분의 어른들이 가진 내면의 공백을 채워줄 글들이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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