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벌금형... "2차 가해, 형량 가중해야"
2년 전 해임 이후 항소심서 선고유예 반전
해임 취소 소송도 승소 확정... 경찰 현장 복귀
법조계 "'성폭력 관대' 선례 또 쌓아" 비판
성추행 범죄로 해임된 경찰관이 소송을 통해 2년 만에 복직했다. 합의를 마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서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진 게 결정적이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3부(부장 김재호 권기훈 한규현)는 최근 경찰관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심에서도 승소했으며, 경찰 측의 상고 포기에 따라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사건은 2018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가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친구의 여자친구 B(당시 24세)씨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1심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500만 원 벌금형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피해자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A씨 주장과 달리 B씨의 피해 진술을 인정하면서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더불어 A씨의 피해자 신상에 대한 비난 발언 등을 언급하면서 “2차 가해에 책임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경찰은 1심 판결을 근거로 2020년 9월 A씨를 해임했다.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찰관의 경우 범행 수준과 무관하게 해임할 수 있다는 징계 규정에 따른 결정이었다. A씨는 지난해 3월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변수는 2심에서 불거졌다. 지난해 11월 2심 법원이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법원은 “A씨가 처벌 전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합의금을 받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반성과 참회의 정황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선고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그 수준이 경미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면서 그 기간 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경우 형을 없애주는 제도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선고유예로 확정됐다.
형사재판 판결로 A씨는 기사회생했다. 해임 처분의 적법성을 따지는 행정소송에서 선고유예 판결은 결정적이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정용석)는 올해 2월 “경찰 징계 규정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선고유예 판결과 다른 징계 사례 등을 보면 해임은 과중하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에 더해 “비위 행위가 사적인 영역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업무상 위력을 악용했거나 미성년 등을 상대로 한 성폭력이 아닌 낮은 수준의 위법 행위에는 정직에 처한다는 내용의 지난해 9월 개정된 경찰 징계 규정도 A씨에게 힘을 실어줬다. A씨는 지난달 27일 복직했다.
형사 재판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법원이 경찰관의 성추행에 무게를 두지 않으면서 '성폭력에 관대해도 된다'는 판례를 또 쌓은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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