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출신 이민자, 백인 구타로 사망
"흑인이라서 방관한 것 아닌가"... 분노 시위
나이지리아 출신 노점상이 이탈리아 남성에게 대낮 거리에서 구타당해 숨지면서 이탈리아가 발칵 뒤집혔다. ①흑인이 백인에게 살해됐고 ②행인들이 제지하지 않았으며 ③목격자가 촬영한 동영상으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는 점에서 '이탈리아판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연상케 한다. 2020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이 과잉 진압으로 비무장 흑인을 사망케 한 사건 말이다.
이번 사건엔 인종과 난민 등 폭발력 강한 이슈들이 얽혀 있어서 올해 9월 실시되는 이탈리아 총선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이탈리아에선 반(反)이민 구호를 외치는 극우 정당이 득세 중이다.
대낮의 폭행, 아무도 안 말렸다… 동영상 촬영만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동부 해안도시 치비타노바 마르케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이민자 알리카 오고르추쿠(39)가 이탈리아인 필리포 클라우디오 주세페 페를라초(32)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 오고르추쿠는 손수건, 담배 등을 팔았다. 페를라초는 살인 및 강도 혐의로 체포됐다.
폭행 현장엔 구경꾼들이 몰려들었지만, 말리는 이는 없었다. 한 목격자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페를라초가 오고르추쿠 몸에 올라 타 주먹을 휘두르고, 오고르추쿠가 발버둥치는 모습이 영상에 찍혔다.
반이민 주창 극우연합 비판↑… 총선 변수 가능성
이탈리아는 분노했다. '흑인이기 때문에' 무차별적 폭행과 무심한 방관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마르케 지역은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 계보를 잇는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의 세가 강한 곳이다. 오고르추쿠의 배우자는 가디언에 "주변에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 왜 아무도 남편을 돕지 않았나"라고 호소했다.
마르케에선 폭력과 방관을 규탄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에서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언급됐다. 플로이드의 억울한 죽음 이후 미국에선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를 구호로 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사건이 9월 25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조기 총선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 사임 이후 '우파 연합'(이탈리아형제들·동맹·전진이탈리아)의 지지가 커졌는데 이들은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여성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가 이탈리아형제들의 당수로, 이민 정책에 반대한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 우파 연합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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