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 체결 후 담보대출 받아
피해자들 집 경매로 팔려 내쫓겨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시세표.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이른바 ‘깡통전세’ 수법으로 20억 원대 사기를 친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1일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4부(부장 김일권)는 사기와 사문서 위조행사 등의 혐의로 A(55)씨를 불구속기소했다.
A씨는 2012년 10월부터 6년간 전세 보증금이 주택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웃도는 이른바 소위 ‘깡통전세’를 임차인 17명에게 알선해 임차해 주고 9억7,000만 원의 전세 보증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또 피해자들에게 1억 원 넘게 돈을 빌리거나 자신 소유 부동산 명의 신탁을 한 뒤, 피해자 명의로 9억 원대 담보대출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있다.
이들은 피해자와 전세 계약을 체결한 직후 피해자가 전입 신고를 하기 직전에 계약 체결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수법(시간차 계약)으로 임차인들을 속였다.
금요일에 담보대출을 받은 후 등기부에 그 내용이 반영되기 전인 주말 사이 피해자와 전세 계약을 체결(주말계약)하는 방법도 썼다. 피해자 대부분은 전세 계약 등의 정보를 많이 알지 못하는 사회초년생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담보가 꽉 찬 집이 결국 경매로 팔리면서 주거지에서 쫓겨나거나, 명의신탁 대출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중개보조원인 A씨가 자기 자본 없이 은행대출금과 전세 보증금만으로 26채의 부동산을 매입한 점을 수상히 여겨 수사에 착수, A씨의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갭투자를 하면서 ‘깡통전세’로 전세 보증금을 받거나 부동산 명의를 빌리는 방식으로 투자의 위험을 전부 임차인들에게 전가하고 부동산 가치 상승 시 수익은 본인이 다 가져갔다”며 “전세 사기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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