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호 태풍 '송다'는 힘을 잃었지만, 송다가 끌고 온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2일까지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송다가 열어둔 길을 따라 6호 태풍 '트라세'도 발생했지만, 세력이 약한 상태라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기상청은 5호 태풍 송다가 열대저압부로 약화돼 중국 상하이 근처 바다에서 다음 날 아침까지 소멸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의 상하층이 분리되면서 태풍의 단계를 벗어나 다시 열대저압부로 약화되는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송다가 북진하면서 열어둔 길을 따라 몰려들고 있는 열대·적도 해상의 뜨거운 수증기는 우리나라에 계속해서 비를 뿌리고 있다. 특히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높은 지형과 맞닥뜨리는 제주도나 지리산 인근, 남해안엔 2일까지 많은 비가 예보됐다. 전남과 경남, 제주 지역에 2일까지 50~100㎜, 특히 지리산 부근엔 25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전북과 중부지방, 경북에는 30~80㎜의 비가 내리겠으며, 송다에서 분리된 상층 공기가 위치한 경기북부 지역도 120㎜ 이상의 비가 올 전망이다.
이 예보분석관은 "시간당 최대 30~50㎜ 이상의 강한 장대비가 예상되는데, 계곡이나 유역 면적이 넓지 않은 한탄강 같은 작은 하천은 순식간에 범람하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본 기상청은 오키나와 해상에서 제6호 태풍 트라세가 발생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아직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7m를 넘지 않는 것으로 분석돼 우리나라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예보분석관은 "현재까지 확인 가능한 레이더와 위성 관측 자료를 보면 해당 열대저기압은 아직 태풍 단계가 아니다"라며 "제주도 쪽으로 북상하는 과정에서 24시간 내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라세가 약화된 뒤엔 고온다습한 공기 형태로 우리나라 상공에 유입돼 다른 뜨거운 공기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한 차례 비가 지나간 뒤엔 연일 최저온도 25도가 넘는 열대야 중심의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기 중 수증기가 풍부해 오후 시간대 곳곳에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도 높다. 6일엔 다시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면서 그 틈을 타 한랭전선 영향권에 들고, 이 때문에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2일까지 비가 오는 만큼 계곡 등에서 캠핑을 하거나 야영하는 사람들은 가급적이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길 권고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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