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보호 위해 필요한 조치 충실히 수행 안해"
경계표지 미설치, 지뢰 수색·제거 미실시 지적
한강변에서 낚시를 하던 중 북한 지뢰가 폭발해 상해를 입은 70대 남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부장 최성수)은 최근 지뢰 폭발로 다친 A씨와 가족이 지난해 9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정부는 A씨에게 4,045만 원, 그의 배우자와 자녀들에겐 합계 4,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
A씨는 2020년 7월 경기 고양시 김포대교 북단 한강변에서 낚시를 하기 위해 낚시 의자를 땅에 놓았다가 유실된 지뢰를 건드렸다. 지뢰가 그대로 폭발하며 A씨는 심장 등에 큰 상해를 입었다.
폭발한 지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북한군이 사용하는 대인지뢰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두 달 뒤인 2020년 9월, 사고 지역에선 국군이 쓰는 M14 대인지뢰가 두 차례 발견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지뢰 수색·제거 등 국민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았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최 부장판사는 "사고 발생 전부터 이미 한강변 등에서 지뢰 추정 폭발사고가 다수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국가) 소속 군인공무원은 사고지역 지뢰 존재의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으나 지뢰 수색·제거 작전을 실시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보호할 직무상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고지역에 경계표지가 설치돼있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지뢰 폭발 위험성이 있는 지역을 관할하는 군부대장은 법률상 경계표지를 설치하게 돼있다"며 "사고지역은 지뢰지역에 해당한다 할 것인데, 경계표지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사고지역이 하천환경 정비사업 등으로 인한 일반인 출입통제 구역이자 낚시 금지 구역이었던 점 △A씨가 출입 통제, 낚시 금지에도 불구하고 사고지역에 출입한 점 △사고 이전에 해당 지역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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