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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만서 불어온 해풍... 송산 포도가 더 달콤한 이유

입력
2022.08.01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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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우리고장 특산물: 화성 '송산포도'
송산면 포도 재배면적 경기도 1위
10㎞ 떨어진 남양만서 초속 4m 해풍
내륙보다 2~3도 낮아 25~28도 유지
맞춤형 토양·스마트 온실로 수확 늘어
"마지막에 망고맛 샤인머스켓이 최고"

7월 18일 팜스토리 이완용 대표가 주렁주렁 열린 샤인머스켓을 따며 환하게 웃고 있다. 화성시 제공

7월 18일 팜스토리 이완용 대표가 주렁주렁 열린 샤인머스켓을 따며 환하게 웃고 있다. 화성시 제공

지난달 18일 경기 화성시 송산면 한 포도농장에 들어서자 초록색과 보라색 포도가 나무 한 그루당 10여 송이씩 주렁주렁 달려 달콤한 향을 내뿜고 있었다. 40~50개 정도의 굵은 알로 채워진 샤인머스켓부터 70~80여개 알이 달린 캠벨얼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보라색 포도는 캠벨얼리, 연두색 빛깔의 굵은 포도가 외래품종인 샤인머스켓이다.

팜스토리 농가에 열린 샤인머스켓. 화성시 제공

팜스토리 농가에 열린 샤인머스켓. 화성시 제공


해풍 맞으며 자란 ‘송산포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송산면에서 아버지 가업을 이어 30년째 포도농장을 운영 중인 팜스토리 이완용 대표는 "포도는 추석에 많이 먹는 과일이라고 했는데 이젠 옛말"이라고 했다. 서해 바다와 인접한 송산면에서 온도 조절을 통해 출하 기간을 늘려 새콤달콤한 포도를 맛볼 수 있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추석 전후 포도 생산이 몰리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소비 기간이 짧아 농가 손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며 "송산면의 지리적 특성과 맞춤형 토양, 스마트 온실(하우스)을 접목한 기법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실제 송산면은 서해 낙조로 유명한 남양만 궁평항과 10㎞ 남짓 떨어져 있어, 연중 초속 4m 정도의 해풍이 불어온다. 여름에는 내륙보다 평균 3~4도 낮은 기온 때문에 포도나무 재배에 최적인 25~28도를 유지할 수 있다. '송산포도'가 높은 당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우스 내부 온도를 조절해 꽃 피는 시기를 인위적으로 앞당기게 되자 포도 수확시기가 길어졌다. 하우스 기법을 적용하기 전까지는 매년 9월에 20일 정도 포도를 딸 수 있었지만, 이후에는 7월부터 10월 말까지 100일 넘게 수확이 가능해, 한여름과 겨울에도 먹을 수 있게 됐다.

화성 송산의 포도 농가는 모두 1,500여 곳으로 전국 3만6,000여 농가의 4.0%에 불과하다. 재배면적도 전국 1만2,664ha 중 718ha로 5.7% 수준이다. 하지만 2020년 기준으로 국내 포도 생산량 13만6,000여톤 중 10% 정도인 1만4,360여 톤이 송산에서 생산된다.

팜스토리 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기후 측정기. 화성시 제공

팜스토리 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기후 측정기. 화성시 제공


트렌드 쫓아가는 포도 농가들

이 대표는 10년 전부터 전통종인 캠벨얼리에서 샤인머스켓으로 품종 변화를 꾀하고 있다. 보라색 포도인 캠벨얼리는 씨가 많고 껍질을 벗겨 먹어야 하지만 샤인머스켓은 씨도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당도도 샤인머스켓이 훨씬 높다. 화성시 1,500여 농가 중 품종 변화를 꾀하는 농가는 500여 곳에 이른다. 이전에는 90% 이상이 캠벨얼리를 키웠다.

샤인머스켓으로 품종을 바꾸는 것은 농가 소득과도 직결돼 있다. 샤인머스켓은 2kg 기준으로 5만~8만 원 정도인 반면, 캠벨얼리는 3만 원으로 가격이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이 대표는 “요즘 주부들은 껍질과 씨 등 음식물 쓰레기 나오는 포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샤인머스켓은 가격이 비싼데도 인정 받은 유일한 과일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품종”이라고 엄지를 세웠다.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 상인들도 고객들이 더 좋아하는 샤인머스켓을 선호한다. 이 대표는 "샤인머스켓 중에서도 송이당 40알 정도 달리고 마지막에 망고맛이 나는 게 최상품"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품종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캠벨얼리 재배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 농장 전체 면적 1만8,000㎡ 가운데 40%에선 캠벨얼리를 키우고 있다.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캠벨얼리는 ‘송산포도’ 외에는 없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국내 캠벨얼리 농가는 현재 안산 대부도와 김포 등 경기도 서부지역 일부에만 남아 있다.

농가에선 최근 보라색보다 녹색 포도가 과일가게를 더 많이 차지하는 모습을 눈치 챈 일부 소비자들이 희소성 있는 캠벨얼리를 다시 찾고 있어 ‘송산포도’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팜스토리 이완용 대표가 18일 수확 예정인 캠밸얼리 포도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화성시 제공

팜스토리 이완용 대표가 18일 수확 예정인 캠밸얼리 포도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화성시 제공


품종 맞는 토양 등 못 맞추면 실패

그렇다면 포도 농사는 쉬울까 어려울까. 포도가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재배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품종에 맞는 토양과 시설, 기후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90% 이상 실패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기존 토양은 화학비료 탓에 오염돼 있어 성토하지 않고 심으면 과일나무는 모두 죽는다”며 “토양 검사와 시설 장비 설치를 모두 마친 뒤에 농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화성시도 평균 1억5,000만 원 정도 필요한 하우스 설치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는 등 포도 농가 이익창출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달 말에는 코로나19로 중단된 ‘송산포도 축제’를 궁평항에서 열 계획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중단된 포도 축제를 올해 다시 열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포도 농가도 돕고 ‘송산포도’ 이름을 더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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