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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성 구청장 "구청사 이전 원점 재검토...중구에 강북의 테헤란로 만들겠다"

입력
2022.08.02 05: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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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
서울 25개구 중 인구·면적 가장 작지만 기능 많아
구청사 이전 필요성 크지 않아, 막대한 예산 문제
주민 70% 밀집한 다산로 일대 특별계획구역 지정
'을지면옥' 논란, 음식점 이전, 맛이 달라지지 않아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이 지난달 1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민 70%가 밀집해 있는 다산로 일대를 '강북의 테헤란로'로 재개발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구 제공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이 지난달 1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민 70%가 밀집해 있는 다산로 일대를 '강북의 테헤란로'로 재개발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구 제공

서울 한복판 중구는 작지만 큰 동네라 불린다. 면적(9.97㎢)이나 인구(12만2,087명)로 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작지만 주요 행정시설이 있고 상업과 주거, 녹지 등 다른 구에 비해 기능이 월등히 많아서다. 과거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번갈아 구청장을 맡는 등 정치 스펙트럼도 넓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김길성 구청장은 전임 구청장이었던 서양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불과 489표 차로 제치고 신승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달 1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변화에 대한 주민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며 “중구 인구 70%가 모여 있는 다산로 일대를 개발해 주민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직 구청장을 0.83%포인트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비결을 꼽는다면.

“전 구청장은 다양한 조직과의 협업보다는 구청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면서 중구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새로운 사람이 와서 갈등을 해결하고 중구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해주길 기대했던 것 같다. 지역 토박이인 내게 기대와 지지를 보여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중구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

“기존 정책들을 재검토하고 있다. 전 구청장이 추진해온 서울메이커스파크와 행정복합청사 조성사업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주민 접근성 강화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요즘같이 스마트한 시대에 구청 이용률은 낮다. 청사 이전 부지로 검토 중인 충무아트홀은 지어진 지 오래되지 않았다. 내부에 스포츠센터 등이 있어 주민 이용률이 높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 멀쩡한 건물을 허물고 이전하는 게 과연 주민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 구 직영 전환 정책도 재검토 대상인가.

“23개 국공립 어린이집을 내년까지 전부 구 직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했는데, 전문 교육기관이 아닌 구청 산하 시설관리공단에서 어린이집을 관리하고 있었다. 구청은 교육청처럼 전문적 교육기관이 아니다. 어린이집을 구립화하면 종사자들의 직업 안정성이나 복리 증진에 도움이 되겠지만 교육의 질이나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구립 전환을 중단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

-주민 70%가 거주하는 신당동 일대는 어떻게 개발하나.

“버티고개부터 약수, 청구, 신당역으로 이어지는 약 2.8㎞의 다산로 일대에 중구 인구가 밀집해있다. 하지만 규제에 묶여 5층 미만, 30년 이상 노후화한 건물들이 65.1%를 차지한다. 이 지역이 바뀌어야 구민들 삶이 좀 바뀔 수 있다. 이 일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높이 제한(30m→50m)을 완화하고 종 상향(3종주거→준주거)을 통해 건폐율과 용적률을 높여 고밀 개발을 추진하겠다. 업무와 상업, 주거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강북의 테헤란로’로 만들겠다.”

-인구 감소도 고질적인 문제다.

“인구 감소 해결의 가장 핵심은 ‘살 만한 주거 환경’을 만드는 거다. 중구는 직주근접이 가능하고 문화가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지만 살 공간이 없다. 주말 공동화 현상도 심각하다. 중구에 살다가도 자녀 교육 때문에 다른 구로 가는 경우도 많다. 학교도 새로 짓고, 민간 학원이 많이 들어서면 교육 문제도 해결된다. 세운지구 재개발 등 재개발과 재건축도 적극 추진하겠다.”

-재개발 때문에 을지면옥 등 노포와의 갈등도 곳곳에 벌어지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을지면옥’을 서울시 생활문화유산이라고 명명해서 보존토록 했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수백 년간 보존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건축물을 보존하는 것과 ‘무형의 가치’인 맛으로 승부를 거는 냉면집을 보존하는 방법은 좀 달라야 한다. 음식점이 다른 곳으로 이전해도 맛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영업행위를 구청이 관할하지 않는다. 다만 인근 지역에 노포 특화 구역을 마련하는 등 해결책을 함께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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