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가뭄으로 죽은 코끼리, 밀렵의 20배
아프리카 케냐를 덮친 사상 최악의 가뭄 탓에 죽은 코끼리 수가 밀렵으로 죽은 코끼리 수보다 2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케냐의 야생동물 밀렵이 줄어들어 코끼리 개체수가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변수가 떠오른 것이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해 케냐에서 밀렵으로 죽은 코끼리는 10마리가 채 안 되는 반면, 가뭄으로 죽은 코끼리는 최소 179마리에 달했다. 코끼리에겐 밀렵보다 기후위기가 더 가혹한 셈이다.
최근 동아프리카엔 평년 강수량에 한참 못 미치는 '건조한 우기'가 이어지고 있고, 케냐는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는 중이다. 가뭄의 여파로 강과 초원 등이 바짝 마르면서 코끼리가 굶어 죽고 있다. 코끼리는 하루 약 136kg의 음식과 약 189L의 물을 섭취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한때 아프리카 대륙에서 코끼리 개체수를 가장 크게 위협하던 밀렵은 줄어들고 있다.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다. 케냐 정부도 2014년 밀렵꾼을 가중처벌하는 '야생동물보호법'을 도입했다.
케냐의 코끼리 개체수는 2014년 이후 증가했다. 지난해 케냐 정부가 작성한 '야생동물 센서스'에 따르면, 2014년보다 12% 늘어난 3만6,280마리의 코끼리가 케냐에 서식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나집 발랄라 케냐 관광야생동물부 장관은 "우리는 야생동물 밀렵과 밀매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골몰했다"며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보호를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가 코끼리의 아사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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