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분야 50건 개선 과제 발굴
현장 대기 프로젝트 해소 집중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 모래주머니’를 철폐하겠다고 선언한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규제 개혁 시동을 걸었다. 높은 문턱에 가로막힌 대기업의 ‘현장 대기 프로젝트’ 관련 규제를 즉시 풀어 1조6,000억 원의 민간 투자 물꼬를 튼 것이다. 경제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출범 한 달 만에 50개 과제 개선도 쏟아냈다.
"규제 혁신에 국가 미래 달려"
정부는 2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규제혁신 TF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출범한 TF가 내놓은 첫 번째 성과물로, 추 부총리와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가 공동팀장을 맡은 TF는 한 달간 즉시 개선할 수 있는 규제를 추려왔다. 추 부총리는 “규제 혁신은 한두 번의 이벤트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5년 내내 추진해야 하는 국가 미래가 달린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TF는 우선 대기업의 현장 대기 프로젝트가 실제 투자로 이어지도록 관련 규제 불확실성 해소에 집중했다. 조선소 등에서 쓰는 협동로봇에 대한 안전성 기준을 작업안전과 필요한 사항 중심으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현행 안전성 기준은 낮은 전자파, 전기 연결 상태 등 작업 안전과 직접 관련 없는 요건까지 충족해야 해 투자가 지연됐다. 정부는 해당 규제가 완화될 경우 조선소 스마트야드 건설을 위한 현대중공업의 3,200억 원 규모 투자 집행이 앞당겨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시설의 산업단지 허용 조치로, LG화학은 충남 당진시 석문국가산업단지에 관련 공장 입주 인허가를 승인받았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을 무산소 환경에서 가열해 만든 원유로, 3,000억 원의 투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집중 활용 분야 선정 기준과 적용 대상 제품군도 연말까지 확정할 방침이다. 해당 제품의 활용 기반이 갖춰지면 2030년까지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 시설에 1조 원을 투자할 롯데케미칼의 사업도 순항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총 1조6,000억 원을 웃도는 신규 투자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배달로봇 도보 이용...커피 찌꺼기 활용도 다양화
TF는 신산업·보건의료·환경·입지·금융 분야에서도 즉시 개선 추진 과제를 내놨다. 신산업 분야에선 속도 등 일정한 안전 기준을 만족한 자율주행로봇(배달로봇)의 보도 자율 주행이 허용된다. 현재 배달로봇은 도로교통법상 자동차에 해당돼 보도 통행이 불가하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드론의 안전성 인증 검사 기간도 단축한다. 급성장하는 전기차시장을 고려해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의 안전성 인증 기준도 만들 방침이다.
보건의료 분야에선 이동형 엑스선 촬영 장치를 병원 밖에서도 쓸 수 있도록 사용 기준을 마련한다. 재난·응급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고, 관련 산업도 활성화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대형마트·백화점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을 사전 신고 없이 자유롭게 팔 수 있게 되고, 커피 찌꺼기 활용 용도도 현행 나무제품, 비료 제조에 더해 발전 연료·축사 깔개·벽돌 제조까지 확대한다.
금융 부문에선 새로운 서비스를 확대하고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청소·이사 등 용역 거래 안심결제를 지원하는 결제대금예치업의 최소 자본금 요건을 낮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신규 사업자가 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게 했다. 개인 카드에만 허용되던 모바일 단독카드 발급 대상도 법인 개별카드로 확대한다. 법인 개별카드는 법인 임직원 중 지정된 자만 쓸 수 있는 카드다.
추 부총리는 “이번에 발표된 50건 외에도 많은 과제가 TF에서 논의 중”이라며 “규제 혁신을 쉼 없이 추진하고, 혁신 강도 역시 점차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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