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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땅부자의 원 포인트 레슨 "돈을 좇으면 돈을 못 벌어요"

입력
2022.07.31 09:16
수정
2022.08.01 08:4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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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사는 건 미래 사는 거란 믿음 가져야"
"너무 세세히 공부하지 마라…중요한 건 용기"
"금리 오르지만 투자 적기…대출이자는 적금"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사진은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사진은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간단한 퀴즈 하나. 우리나라에 집주인과 땅주인 중 누가 더 많을까요. 대부분 가소롭네 하며 집주인을 꼽으시겠지만, 정답은 '땅주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땅을 한 필지 이상 갖고 있는 토지 보유자는 1,850만 명(국토교통부 토지소유현황 통계) 정도 됩니다. 1년 전보다 45만 명 늘었어요.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5,146만 명이니 대략 국민 3명 중 1명(35.8%)은 땅주인인 셈이죠. 이에 반해 주택 소유자는 1,469만 명(2020주택소유 통계)으로 땅주인 수보다 300만 명 이상 적어요. 주변에 집 산 사람은 많아도 땅 샀다는 사람은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땅땅'거리며 사는 사람이 많다니… 놀랍네요.

너무 의외인데 하며 놀란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 '내돈내산'에선 그 어렵다는 '땅투자'를 다뤄보려 합니다.

제가 만나고 온 토지 투자 전문가는 세종에 있는 정옥근(61) 대표입니다. 4년 전 한국일보 인기 재테크 코너였던 '재야의 고수'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의 투자 스토리를 담은 기사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예상 못 한 결과였죠.

"땅 투자엔 부단한 노력과 인내가 요구되니 단기 차익을 낼 생각이면 땅은 쳐다도 보지 마라", "나도 횡재란 걸 해 본 적 없다" 같은 메시지였는데, 제 입장에선 뭔가 특별한 투자 기교 같은 걸 풀어줬음 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독자들은 자산가의 솔직한 투자 철학을 배울 수 있었다며 크게 호응하더군요. 네, 제가 하수였던 겁니다.

여전히 투자 하수인 제가 4년 전 인연을 고리로 그에게 '내돈내산' 코너 취지에 맞게 초보 투자자를 위한 '원 포인트 레슨'을 부탁했습니다. 그도 "내가 얻은 경험이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라며 2시간이나 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2시간 레슨을 듣기 위해, 27일 정 대표 사무실이 있는 세종으로 향했습니다.

토지투자 전문가 정옥근씨가 지난 2018년 7월 20일 본보 사옥 옥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토지투자 전문가 정옥근씨가 지난 2018년 7월 20일 본보 사옥 옥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4년 만에 다시 뵙네요. 얼굴이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웃음). 당시 자산가로 소개했는데, 최근 4년의 성과가 궁금합니다.

"세종시는 2012년 출범했어요. 당시 인구가 11만 명이었는데 지금은 38만 명입니다. 10년간 인구가 3배 이상 늘었죠. 나날이 도시가 발전하고 있는데, 그 에너지가 상당합니다. 당연히 땅 가치도 엄청 올랐죠. 개발 수요는 많은데 땅은 한정돼 있으니까요. 저희 회사가 보유한 토지 평가 가치도 1,000억 원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땅만 사면 대표님처럼 부자가 될 수 있는 겁니까.

"그럼요. 저도 42세에 처음 땅을 샀고 그걸 기반으로 지금에 이른 거니까요. 그런데 돈만 있다고 해서 누구나 땅을 살 수 있을까요? 전 모든 삶의 근본은 토지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모든 게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도 결국 땅 위에 짓는 거예요.

뜬구름 잡는 얘기일 수 있는데, 이런 마음가짐이 있어야 땅을 살 수 있어요. 당장 '이 땅을 사면 세금 떼고 이만큼 남겠네' 하고 계산이 앞서면 로또에 당첨돼도 땅 못 삽니다. 물론 수익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죠. 더 중요한 건 땅을 사는 건 미래를 사는 거란 믿음을 갖는 것입니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내 땅도 함께 성장한다는 믿음이죠. 그러면 과실은 자연히 뒤따릅니다."

-뭐가 됐든 싸게 땅을 산 뒤 주변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땅값이 올랐을 때 팔면 되는 거 아닌가요.

"반만 맞습니다. 땅값이 오르면 투자자는 돈을 벌고 국가는 세금이 늘어나니 좋은 면도 있지만, 반대 측면도 있어요. 누군가 아파트를 지으려는데 그만큼 땅값이 뛰면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어요. 그럼 반대로 아무 개발도 하지 않고 땅을 그냥 두면 어떨까요. 땅값은 그대로겠지만 각종 개발이 늦어지니 이것 역시 유익하다고 볼 순 없죠.

땅 투자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지금은 잡초가 무성하고, 한쪽이 꺼진 못난 땅이어도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거죠. 가령 꺼진 곳을 채우고 반듯하게 땅을 가꾸면 언젠가 잡초 무성한 이곳에 멋진 레스토랑이나 상가가 들어설 수 있다고 꿈꾸는 겁니다.

땅마다 용도가 정해져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지자체) 허가를 받으면 용도를 바꿀 수 있어요. 가령 보전관리지역에선 건폐율이 20%라 100평 땅에 20평짜리 건물만 지을 수 있지만 자연취락지구가 되면 건폐율이 60%가 돼 땅 가치가 훨씬 높아지죠. 물론 이 과정이 쉽지 않아요. 한 5년 넘게 걸립니다. 전 이런 점에서 땅 투자 역시 사회 후생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해요. 오른 땅값은 이에 대한 대가고요.

신기하게 돈을 좇아가면 돈이 도망가요. 지난 정부에서 남북 정상이 만났을 당시 휴전선 인근에 3.3㎡당 5만 원 하던 땅값이 30만 원으로 뛰었어요. 지금은 다시 5만 원 수준으로 내려갔는데 거래도 잘 안 됩니다. 이런 투자는 안 됩니다. 나중에 뭘 짓겠다는 식으로 용도를 정한 뒤 땅을 사면 돼요. 그다음부터는 그냥 기다리면 됩니다. 이후 토지 용도가 바뀌어 상가나 가든을 지으면 자손대대로 그 땅에서 먹을 게 나오는 겁니다."

개인 토지의 소유자 수 추이

개인 토지의 소유자 수 추이

-그런데 토지 투자는 왠지 꺼려집니다. 아파트처럼 시세가 명확한 것도 아니고 정보도 없잖아요. 어떤 것부터 공부하면 좋을까요.

"지자체마다 규정이 다 달라요. 그러니 괜히 토지 공법처럼 어려운 거 열심히 파지마세요. 개인의 시야가 넓어 봐야 얼마나 넓겠습니까. 저도 세종시만 알지 다른 지역은 모릅니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고요. 본인이 원하는 지역에서 발품을 팔면 바보가 아닌 이상 감을 잡습니다. 부동산 사장들도 다 전문가라 물어보면 잘 알려줍니다.

나머지는 법과 제도를 잘 따르면 돼요. 관련 제도에 따라 토지 용도를 바꿔 토지가치를 높이고, 금융권 대출도 이용하고요. 투자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1인 법인을 세우는 방법도 있어요. 해 보면 별 게 아닌데 그 과정이 조금 복잡하다 보니 다들 해보기 전에 겁부터 먹습니다."

-세종은 이미 몇 년간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많이 올랐어요.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요.

"조폐공사가 돈은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지만, 땅은 한 평도 스스로 자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땅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거죠. 세종 역시 잠재력이 무궁무진합니다. 물론 세종 토지시장에서도 품귀가 나타나고 있는데, 잘 찾아보면 투자할 데가 있습니다. 최근 금리 상승기라고 하지만, 오히려 전 지금을 투자 기회로 봅니다."

-최근 대출을 최대로 받아 아파트 사는 게 문제가 됐는데 토지는 어떤가요. 금리 상승기라 대출 부담도 클 것 같은데.

"토지 투자 때도 당연히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저 역시 신용카드는 없지만 땅을 살 때는 최대한 대출을 이용합니다. 오히려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더 많이 내주니까 사업하기 좋아진 측면도 있습니다. 가령 세종에서 5억 원짜리 땅을 살 때 3억 원 정도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등기수수료와 3년 은행 이자를 합치면 순수 투자비는 2억6,000만 원 정도 됩니다.

세종에선 땅 가치가 빠르게 올라 3년 정도 지나면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순수 투자금만큼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돈으로 신규 투자를 해도 됩니다. 땅은 먼 미래를 보고 사는 거니, 대출이자는 은행에 적금 붓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요즘처럼 물가가 오를 땐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그런다고 얼마나 아낄 수 있겠습니까. 부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면 은행 이자를 너무 무서워해도 안 됩니다. 내가 미래에 얻을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지, 금리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어떤 땅을 사야 하고 어떤 땅을 피해야 하는 건가요.

"토지엔 사용 목적에 따라 28가지 지목으로 분류해요. 토지 투자 때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게 이 지목입니다. 가령 산은 임야로 분류되는데, 임야는 사면 고생하니 절대 사선 안 된다는 의식이 커요. 그런데 지목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떤 경우엔 산을 개간하면 전(밭)이나 답(논)보다 땅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어요. 양어장도 흙을 채운 뒤 집을 지으면 지목이 '대'(건축물 부지)로 바뀝니다. 중요한 건 어떤 용도로 이 토지를 활용하겠다는 목적이 있어야 해요.

기획부동산은 좀 안타까운데, 이거 하나만 기억하면 돼요. 땅마다 번지수가 달려 있는데, 하나의 번지에 땅주인이 여럿 있으면 절대 사면 안 됩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주주가 나눠 갖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고 홍보하는데, 이런 지분은 누구한테 팔래야 팔 수가 없어요. 같은 이유로 지인과 공동 투자하는 것도 권하지 않습니다. 재산권을 행사할 때 발목이 잡힐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대단한 자산가인데, 경제적 자유를 이루면 엄청 행복한가요?

"지긋지긋한 가난을 끊었으니 복된 삶이죠. 돈이 주는 혜택도 참 많습니다. 그런데 돈이 많다고 해서 막 엄청 행복하거나 그런 건 없어요. 지금도 고가 명품을 사거나 그러지도 않습니다. 대신 제가 식구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해요. 성공한 자산가들이 쓴 책을 자주 읽는데, 공통적으로 선하게 돈을 써라는 메시지가 있더라고요. 저도 공감합니다. 전 담당 세무사한테도 탈세 이런 건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국가가 부강해야 국민도 있는 거니까요. 이런 생각으로 가득차면 좋은 기운이 생기고, 다시 좋은 땅을 만납니다. 이게 가장 큰 비결이죠."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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