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홈런 최하위 팀의 반전
잠실 쓰고, 외인 타자 도움 없이도 1위
이호준 코치 "노림수 갖고 초구부터 공략"
LG가 프로야구 최고의 ‘홈런 군단’으로 거듭났다. 박병호(KT)나 최정(SSG) 같은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좌우 100m, 중앙 125m)을 안방으로 쓰는데도 대포가 펑펑 터진다. LG의 화끈한 장타쇼는 적극적인 타격과 노림수가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지금 기세를 이어간다면 창단 첫 팀 홈런 1위도 가능하다.
LG는 26일 현재 팀 홈런 80개(88경기)로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LG보다 1경기 더 치른 SSG(73개)보다 7개나 더 많다. 간판 타자 김현수(19홈런)와 주장 오지환(16홈런)이 장타쇼를 주도했고, 중심 타자 채은성과 ‘잠실 빅보이’ 이재원(이상 10홈런)도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신예 문성주와 문보경도 각각 5개씩을 보탰다. 외국인 타자도 없는 상황이어서 더 놀랍다. LG의 외국인 타자 홈런은 단 1개(리오 루이즈·퇴출)뿐이다.
LG는 그간 홈런과 거리가 멀었던 팀이다. 전신 격인 MBC 청룡 시절을 포함해 한번도 팀 홈런 1위에 오른 적이 없다. 2010년대(2010~19) 홈런 개수는 1,007개로 1,375경기를 치른 8개 팀 가운데 최하위다. 2013년부터 9번째 구단으로 뛰어든 NC(976경기 979홈런)보다도 겨우 28개 많다. 잠실구장이 큰 데다가 거포 육성 또한 실패했기 때문이다.
LG가 공들였던 유망주 박병호, 김상현(전 KT), 정의윤(전 SSG) 등은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하고 다른 팀에 가서 기량이 만개했다. 반면 ‘옆집’ 두산은 ‘잠실 홈런왕’을 두 차례(1995년 김상호·2018년 김재환) 배출했고, 팀 홈런 1위 역시 두 번(1995년·2016년) 차지했다.
올해 LG는 팀 방향성을 바꿨다. 지난 시즌 출루율에 방점을 찍다 보니 타자들이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소극적으로 타격을 했다는 게 내부 평가였다. 그래서 올해 이호준 신임 타격코치 부임과 함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아울러 트레이닝 파트에서 파워를 키울 수 있는 훈련을 스프링캠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했고, 전력 분석팀에서도 양질의 데이터를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그 결과 LG 타자들의 초구 타격 성적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올해 초구 홈런(21개)과 타율(0.380), 장타율(0.608)이 전체 1위다. 지난 시즌에는 초구 홈런(14개)이 10개 팀 중 가장 적었고 초구 타율(0.319)은 8위, 장타율(0.451)은 10위에 그쳤다. 개인 최다 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오지환도 “전력 분석팀과 이호준 코치님의 노림수에 대한 조언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코치는 27일 통화에서 “초구부터 선수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공이 날아오면 머뭇거리지 말고 돌리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노림수를 가진 타격은 3구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며 “김현수는 워낙 알아서 잘 치는 타자고, 오지환과 채은성의 노림수가 정말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팀 홈런 1위까지는 사실 이 코치도 예상 못한 약진이다. “시즌 전 잠실구장이 워낙 커서 팀 배팅으로 득점을 많이 생산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많았는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홈런이 나와 놀랍기도 하고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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