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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관사에서 숨진 두 여군… 군, 부끄러운 줄 알아야

입력
2022.07.2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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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남(왼쪽) 군인권센터 사무국장과 임태훈 소장이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20전투비행단 강 하사 사망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남(왼쪽) 군인권센터 사무국장과 임태훈 소장이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20전투비행단 강 하사 사망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숨진 여군 강모 하사가 부대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기록을 남겼다고 군인권센터가 27일 밝혔다. 센터는 강 하사가 숙소인 영내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달 19일 유족 요청으로 현장감식에 참여한 바 있다. 고인은 공군 부사관을 양성하는 항공과학고를 나와 지난해 4월 이 비행단에 부임했다.

센터는 관사 거실 바닥에서 발견된 다이어리에서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나한테 다 뒤집어씌우네' '만만해 보이는 하사 하나 붙잡아서 분풀이하는 중사' '내가 운전한 것도 아니고 ○상사님도 있었는데 나한테 그러냐'와 같은 내용이 쓰여 있었다고 밝혔다. '군입대만 안 했어도 더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관사로 나온 게 후회된다' 등 처지 비관도 있다고 한다.

이 비행단은 지난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이예람 중사가 선임자의 성추행과 상사들의 은폐 시도를 겪은 부대다. 제기된 의혹대로 강 하사 또한 부대 내 부당행위의 피해자였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센터는 이달부터 군인이 범죄로 사망하면 수사 관할권이 민간으로 넘어가는데도, 군 수사기관이 민간 검찰에 수사기록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공군은 이를 부인하며 조만간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수사기관이 의혹 실체를 규명할 수 있도록 군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안 그래도 유족은 군을 못 믿겠다며 고인의 컴퓨터·휴대폰 포렌식을 국방부가 아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겼다.

강 하사의 관사가 바로 이 중사가 사망한 곳이며, 강 하사는 입주한 뒤에야 사실을 알고 주변에 공포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는 센터의 폭로 또한 충격적이다. 이 중사는 성추행 사건 처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근무지를 옮겼다가, 전속 3일 만에 동료 군인인 남편이 살던 이 집에서 숨졌다. 부대는 이후 반년 이상 비어 있던 이 관사를 올해 1월 강 하사에게 배정하면서 아무런 내력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토록 무신경하고 무책임한 군에 어떻게 소중한 군인들을 맡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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