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매출 13조원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
반도체 판매 늘고, 환율 영향도 더해져
하반기 '우울한 전망'에 투자 속도 조절 예고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예상보다 D램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고,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지난해 말 인수한 솔리다임(인텔 낸드플래시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 자회사)의 실적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또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율 효과도 더해졌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수요가 본격적으로 줄어들면서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당초 계획했던 투자 계획을 재점검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7일 2분기 매출 13조8,110억 원, 영업이익 4조1,926억 원, 순이익 2조8,768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56%, 순이익은 45% 증가했다.
D램, 낸드 예상 외 선방...강달러 효과도 4000억 원 이상
SK하이닉스의 분기 매출이 13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이 회사의 분기 최대 매출은 지난해 4분기에 기록한 12조3,766억 원이었다. 또 회사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만에 4조 원대 영업이익과 30%대 영업이익률을 회복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10나노급 4세대(1a) D램과 176단 4D 낸드의 수율(양산품 비율)이 개선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지난 2019년을 제외하면 최근 3년간 D램 원가절감분이 평균판매가격(ASP) 하락분을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며 "낸드플래시도 역시 원가 절감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서 수출 기업인 SK하이닉스는 이득을 봤다. SK하이닉스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매출 증가 효과에 비용 증가 효과를 차감하면 4,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D램, 낸드 가격 두 자릿대 하락 전망..."투자 신중히 할 것"
하지만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이날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도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10%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3~8%)보다 눈높이를 더 낮췄다. 낸드플래시 가격 전망도 종전 '3~8% 하락'에서 '8~13% 하락'으로 하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 역시 하반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메모리가 들어가는 PC, 스마트폰, 서버 등의 출하량이 당초 예측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반도체 고객사의 메모리 반도체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올해 2분기 기준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 수준이 전 분기 대비 일주일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제품 재고 수준을 지켜보면서 내년 투자 계획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청주의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 안건을 보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에서 "(하반기 경기 침체로 인해) 전술적 측면에서 투자 지연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와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 역시 최근 투자 축소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노 사장은 "내년 시설투자는 상당 폭 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상당 폭의 투자를 감소하는 안을 포함해 현재 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두고 시장 상황을 보면서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