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대전 기대작 '한산', 탄탄한 고증으로 학자들 '호평'
거북선부터 항왜 장수까지…현실성 가미
역사를 다루는 콘텐츠에게 고증이란 양날의 검이다. 역사를 함부로 재창작했다가는 논란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과거 SBS '조선구마사'가 고증 논란으로 폐지 수순을 밟았다. 이 가운데 '한산: 용의 출현' 속 충실한 역사 고증이 눈길을 끈다. 거북선을 구현하기 위해 최고의 기술까지 활용한 김한민 감독의 고민이 뒷받침됐다.
지난 27일 개봉한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작품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거북선이 최첨단 기술을 만나며 어떤 식으로 구현됐을지 일찍이 기대감이 모였다.
전설 속의 '해저 괴물'로 불리며 왜군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거북선의 압도적인 위용은 고스란히 담겼다. 김한민 감독이 거북선 디자인에 유달리 공을 들인 이유는 한산대첩의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극 초반 왜군들의 계략으로 거북선은 불에 타버린다. 학익진 전략 하나로는 압도적인 승리가 부족한 탓에 관객들은 재정비된 거북선이 등장하는 순간만을 기다린다. 극 말미 해전에서 조선 해군이 열세에 몰렸다고 느껴진 순간 거북선은 파도를 가르며 등장, 크나큰 해방감을 선사한다.
가장 명장면으로 꼽힐 이 장면을 위해 제작진은 사료와 영화적 상상력의 밸런스를 맞춰야 했다. 역사 자료의 부족함 속에서 각종 거북선 연구가들이 머리를 맞대면서 실용성이 담긴 모델을 만들었다.
그간 대중에게 익숙한 고증물이기 때문에 신선함도 요구됐다. 김한민 감독은 앞서 진행된 제작보고회를 통해 거북선 고증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당시 김한민 감독은 "실제로 거북선을 연구하는 학자나 연구가들도 설왕설래한다"면서 제대로 고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꼬집었다. 특히 2층 형 혹은 3층 형, 또 화포를 쏘는 공간에 대한 분리 등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는 만큼 작품 속 고증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북선은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모두가 위엄을 느낄 만큼의 임팩트를 수반하면서도 역사적 고증 틀을 벗어나지 않는 거북선이 탄생한 것이다.
많은 설들을 참고하면서도 극중 전투 상황에 적합한 돌격선을 구상했고 상상력을 한껏 발휘한 대목이다. 여기에 김한민 감독은 꽤 높은 수준까지 다다른 국내 CG(컴퓨터 그래픽) 팀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앞서 '명량'이라는 초석을 거치면서 더욱 완성도가 가미됐다.
또 극중 김성규가 맡은 항왜 장수 준사 역시 탄탄한 고증으로 완성된 인물이다. 실제로 많은 기록 속에서 조선 수군 편에서 싸웠던 항왜 장수들이 존재한다. 작품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수단이 아닌 실존하는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더욱 다양한 메시지를 선사한다.
현직 역사학자들의 뜨거운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역사학자 심용환은 '한산'을 두고 "역사적 근거를 가진 상상력"이라고 칭찬했다. 또 최태성은 "우리 역사 속 통쾌한 승리의 장면 중 하나였던 한산 대첩을 정말 리얼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인 웰메이드 영화"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충실한 고증으로 설득력과 작품성 모두 거머쥔 '한산'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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