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이혼 요구하자 농약 먹이려 협박
특수협박 혐의로 입건됐지만…9일 뒤 아내 살해
30년 간 남편 A씨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린 아내 B씨는 성인이 된 자녀들과 용기를 내 지난해 별거에 나섰다. 반복적인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혼서류도 보냈다.
하지만 A씨는 격분해 2021년 4월 19일 B씨 집으로 찾아와 농약을 억지로 먹이려고 했다. 당시 신고를 받은 경찰이 A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입건했지만, 긴급 임시조치는 없었다. A씨는 9일 뒤 문 밖으로 나오는 B씨를 붙잡은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A씨는 발버둥치면서 계단에 굴러떨어진 B씨에게 수차례 농약을 강제로 먹이려고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끔찍한 가정폭력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친 B씨는 A씨 손에 목숨을 잃었고, A씨는 징역 20년을 확정 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이혼을 요구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면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내려달라는 청구는 기각했다. A씨가 비록 B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했지만, 재범 위험성이 작고, 교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2심 법원 판단도 같았다. 검찰은 A씨가 계획적으로 B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태도' 때문에 A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계획적 살인 여부는 살인죄의 형량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다.
A씨가 만나자고 요청했지만 B씨가 거절해 A씨의 폭력성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재판 과정에서 대체로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 △범행 후 형에게 전화해 얘기하고, 자신의 차량에서 농약을 마셔 극단적 선택을 기도한 점도 양형 이유로 제시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