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교육기본법에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권 명시 요구
#A초등학교의 B교사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사실을 알게 됐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만한 사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수업 중 몸이 아프다는 학생을 보건실에 보낸 적이 있는데 이 학생이 부모에게 '교사에게 맞아서 아팠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건 이후로도 B교사는 이 학생의 거짓말을 통제할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C중학교의 D교사는 수업 시작 후에도 교실에 들어오지 않는 학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루는 D교사가 수업 시간에 도망치는 학생의 신체 일부를 잡았는데, 이를 빌미로 학부모가 '폭력을 행사했다'며 학교에 항의해 곤욕을 치렀다.
"교권 침해 매우 심각" 69%… 아동학대 신고 등에 교사 위축
전국 유·초·중·고 교원의 95%는 일부 학생의 욕설, 수업방해, 무단 교실 이탈 등 문제 행동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받는 학습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원의 61%는 하루 한 번 이상 학생들의 이 같은 문제행동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유·초·중·고 교원 8,6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지도 강화 입법을 위한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5일 밝혔다.
교사 95%는 학생의 문제행동으로 인한 학습권·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69%, 심각하다는 응답은 26%였다. 교총은 "교육활동 중 벌어지는 수업방해 등 문제행동에 대해 교사가 즉각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제재 방법이 없고, 학부모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 등에 교사가 위축되면서 교실이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루 한 번 문제행동 경험" 61%… 욕설·폭행·성희롱 등 강도 높아
교사들이 학생 문제행동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빈도와 강도에서 찾을 수 있다. '학생의 문제행동을 일주일에 몇 번 접하느냐' 질문에 5회 이상, 즉 하루에 한 번꼴이라는 답변이 전체의 61.3%에 달했다. 매주 10회 이상이라는 응답도 36.3%나 됐다. 문제행동 유형 중에는 욕설 등 공격적이거나 건방진 행동(22.8%)이 떠드는 행위(26.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 밖에도 교사의 말을 의심하거나 계속해서 논쟁을 벌이는 행위(8.1%), 상해·폭행(6.4%), 성적 표현 및 성희롱·성폭행(1.5%) 등 도가 지나친 문제행동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은 학생의 문제행동 이후 겪는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마땅한 제재 조치 방법이 없다'(34.1%)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고, 심신의 상처를 입었음에도 계속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22.5%)도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수라는 게 교사들의 생각이다. 먼저 교육기본법 등에 타인 인권보장 의무 및 생활지도권 보장을 명시하자는 데 교사의 94.8%가 동의했다. 구체적으론 교육활동 침해 및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에 77.2%, 가해학생과 피해교사의 즉시 분리 조치 시행이 90.7%의 찬성을 받았다.
교총 관계자는 "생활지도권 강화 입법은 교사의 교권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문제행동 학생의 성장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는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개정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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