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선, tvN '이브' 종영 인터뷰
완벽하고 화려한 겉모습 속 정서적 불안 표현하며 호평
배우 유선이 광기와 강박적인 인물을 만나 마음껏 폭주했다. 광인에 가까운 인물에 결핍과 정서적 학대 등 세밀한 내면이 덧입혀져 흔하지 않은 악인이 완성됐다.
지난 25일 유선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tvN '이브'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이브'는 13년의 설계, 인생을 건 복수극을 다뤘다. '드라마 스테이지 2020-블랙아웃' '경이로운 소문'의 박봉섭 감독과 드라마 '미녀의 탄생' '착한 마녀전' 등을 집필한 윤영미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극중 유선은 정치계 최고 권력자의 외동딸이자 강윤겸(박병은)의 아내인 한소라를 맡아 완벽하고 화려한 겉모습 속에 정서적 불안과 남편에 대한 집착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인물의 특성상 유선은 16부작이라는 짧지 않은 촬영 기간 내내 격정적인 감정을 채워야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몰입했던 까닭에 종영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도 유선은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먼저 유선은 "마지막 촬영장을 가는 발걸음부터 아쉬웠다. 더이상 소라가 아니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극의 마지막을 두고 마음이 무겁고 먹먹했다. 끝나고도 여전히 감정이 남아있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유선 역시 한소라의 비참한 말로를 예상했다. 극 마지막 회에서 한소라는 그토록 사랑하는 남편 강윤겸의 차에 태워져 강으로 떨어진다. 이후 한소라는 목숨을 건졌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라엘(서예지)의 계획대로 모든 것을 다 잃고야 만다. 유선은 '이브'의 결말을 두고 "너무나 임팩트 있는 퇴장"이라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먹먹하고 또 묵직한 마음 속에서도 몰입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을 앞두고 유선은 완벽한 외적인 모습과 상처, 불안, 집착으로 얼룩진 내면을 표현하기 위한 고심이 짙었단다. 지난해 '이브' 대본을 받을 때 유선은 13년 만의 연극 무대를 계획했던 시기였다. 지금까지 맡았던 작품들보다 훨씬 더 강렬한 악역이기에 부담감도 컸다. 연극과 드라마 모두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결국 심적으로 압박이 됐다."이제껏 만나지 못한 선물 같은 캐릭터를 잘 해내고 싶다는 심적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살이 쭉쭉 빠지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소라의 성격에 적합한 비주얼이 완성됐어요."
그의 말을 빌리자면 배우는 주어진 캐릭터 안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때문에 스스로 표현의 한계를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때론 더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답답한 한계를 맞이하기도 한다. 유선 역시 선을 넘지 못하고 정체되는 시기를 겪었다. 이 굴곡을 거치고 난 후 만난 '이브'이기에 유선의 고민도 더욱 짙었다.
폭주하는 인물에 대한 그림이 선명하지 않았고 감정의 진폭이 너무 컸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그가 '이브'를 선택한 이유는 연출진의 신뢰와 믿음 때문이었다.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유선은 더욱 치열하게 연기했고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었다.
"사실 제가 생각한 한소라는 조금 더 화려한 비주얼이었기에 저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영화에서 악역을 했지만 대중은 저를 참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알고 있으니까요. 악역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지만 반문이 있었죠. 그때 만난 박봉섭 감독님이 여러 캐릭터를 넘나드는 제 모습이 신뢰를 남겼다고 하셨죠. 그 믿음과 신뢰에 대해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극중 한소라는 아버지 한판로의 그늘에서 일생을 평가받으며 애정결핍을 느끼는 외로운 삶을 살아왔다. 유선은 이 전사에서 한소라가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 없었다고 해석하면서 인물을 만들었다. 아버지의 관계성이라는 전사가 차별화된 악역을 만들어낸 것이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남편에 대해 집착하는 한소라에 깊이 이해한 유선은 자신 역시 마음이 무너지곤 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화를 참지 못하는 한소라의 특성상 유선은 꽤 많은 회차 내내 고성을 내고 누군가에게 분노를 터트려야 했다. 긴 시간 연기 내공을 쌓은 유선에게도 쉽지 않은 감정 표현이었다. "한소라는 분노를 표현할 때 즉각적으로 표출해요. 그간 저는 언성을 높이는 분노를 해본 적이 없어서 소리 지르는 게 낯설었더라고요. 어느 순간 한 번도 내 본 적 없는 소리가 나왔어요. 정말 중요한 건 인물의 감정과 동일시였어요. ."
유선의 도전은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드높이는 주요 장치가 됐다. 이에 유선과 대학 동기였던 황석정은 직접 유선에게 전화를 걸어 "좋은 배우로 가고 있는 네 모습이 너무 고맙다"고 칭찬했다. 황석정의 진심 어린 한 마디는 유선의 공허한 마음을 행복감으로 채우는 계기가 됐다.
"인정과 칭찬을 쫓으면서 연기를 하면 안 되지만 좋은 연기를 위해 보단히 노력해요. 매번 평가가 좋을 순 없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저를 선택한 분들에 대한 신의에 대한 보답, 저 자신에 대한 신뢰감으로 후회 없이 하려고 했습니다. 시청자들이 보낸 공감의 피드백이 너무나 감사했어요. 제겐 굉장히 오래 의미가 남을 작품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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