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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중국과 '굴욕 외교' 피하고 싶다면

입력
2022.07.26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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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보편적 가치" 발언 적절성 의문
대중국 메시지, 보다 세련되게 관리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성남 서울공항으로 돌아오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참모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성남 서울공항으로 돌아오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참모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자유와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에 동참하는 가운데 한중관계도 이러한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입각해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지난달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던진 말이다. 지당한 내용이지만, 외교 언어로 다시 해석하면 적절한 발언이었는지 의문이다.

미국의 중국 고립화 전략의 핵심 명분은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다. 미국은 이를 뭉뚱그려 ‘보편적 가치’로 불렀고, 중국 압박을 위한 명분으로 내세웠다. 말하자면, 주요 외교 무대에서 늘상 듣는 보편적 가치란 말은 "우리는 중국을 배제한다"는 동맹국 간 암구호이자 미중 갈등이라는 서사를 끌어가는 핵심 논리다.

이런 흐름에서 박 장관의 발언을 뒤집어 보면, "보편적 가치를 따르지 않는 중국과의 관계 발전은 한계가 있다"는 뜻이 된다. 꼭 필요하지 않다면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은 아껴두는 외교 불문율과 달리 상대가 가장 싫어하는 언어로 그들 면전에서 무안을 준 셈이다.

과도한 해석일까.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들의 '중국 발언'을 되짚어 보면 이런 해석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석상에서 "우리가 20년간 우려온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극히 상식적 담론을 구태여 '탈(脫)중국'으로 설명했어야 했을까. 또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중국의 추가적인 경제 보복 가능성을 두고 "세계가 존중하는 가치를 추구하는데 중국이 경제적으로 불리한 행동을 한다면, 옳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경제 보복을 상정해 '해볼 테면 해봐라'고 먼저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對)중국 외교를 "굴욕적"이라고 비판해왔다. '우리는 문재인 정권과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면, 좀 더 세련된 태도와 말로도 부족함 없이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을 고민하는 듯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해를 자초하지 않는 게 먼저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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