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인터뷰]
"지금 우리 당 괜찮나...국민이 볼 때 만족스럽지 않아"
"文 정부 5년 반면교사 삼아야...지금이 변화 타이밍"
국민이 볼 때 집권 여당이 만족스런 모습인가, 그렇지 않다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1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 여론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승리한 측면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저격수’로, 지방선거와 같이 치러진 6·1 보궐선거에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금배지를 단 최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다음 문제고, 우리 당의 모습은 괜찮냐”며 당정을 향한 쓴소리부터 쏟아냈다. 그러면서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이 그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대선 당시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에 호소했던 선거전략을 혁신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도 했다. 당내에서는 이대남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없었다고 볼 순 없지만, 여성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며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를 극단적 분열로 몰아간 책임에서 집권 여당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최 위원장은 역사학자 사마천이 사기(史記)에 쓴 ‘정치의 등급’을 언급하며 “(국민 갈라치기는) 표의 득실을 떠나 좋은 정치가 아니다”며 혁신 의지를 다졌다.
-정당 혁신의 핵심은 공천이다. 여성ㆍ청년 할당제 부활도 검토하나.
“아직 혁신위 차원에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진 않았다. 다만 사마천이 정치의 등급을 얘기한 게 있다. 순리의 정치가 제일 좋고, 다음은 백성이 잘살게 만드는 정치다. 그다음이 훈계하고 억압하는 정치고, 가장 나쁜 게 갈라치기 하는 정치, 분열하게 하는 정치다. 지금의 젠더 문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성은 군대 문제, 여성은 사회적 편견ㆍ경력단절 문제 때문에 서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한쪽만의 생각에 과도하게 몰입한 측면이 있다. 서로가 서로의 ‘힘듦’을 인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공정한 정치·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을 분리해서 보고 어느 한쪽을 우리 편으로,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진영화 논리’는 표의 득실을 떠나서 좋은 정치가 아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만 해도 첨예하다. 청년층이 두루 공감할 가치는 뭔가.
“공정이다. 나와 같은 세대는 ‘공정해야 한다’고 외치지 않아도 됐다.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원하는 직장을 얻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한마디로 사는 데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세대는 다르다. 열심히 노력해도 장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공정의 룰’마저 허물어지면 미래가 없어지는 듯한 절망에 빠지게 된다. 기성 세대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을 내걸었을 때 공감이 컸다.”
“청년 정치 참여 돕는 ‘정치적 사다리’ 만들어야”
최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안정적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인프라로 ‘청년 정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청년들이 당에 들어와 기성 정치인과 공정한 룰에 따라 경쟁하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펼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혁신위의 중요한 목표라고 했다. 혁신위는 미래 세대 정치인 양성을 위한 인큐베이터로 ‘당 중앙연수원’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 중징계를 두고 ‘토사구팽’, ‘도로 새누리당’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의 경우만 놓고 일반화해선 안 된다. 이 대표는 성 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됐고,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된 특수성이 있다. 물론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오래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바꾸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청년 정치인이 소신을 펼 수 있는 환경과 공정한 경쟁 시스템,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치적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청년 정치인 스스로 비전을 만들고 가꿔 나갈 예측 가능한 시스템, 공정한 룰이 갖춰져 있었다면 ‘이용만 하고 버린다’는 말은 안 나왔을 것이다.”
-주목받았던 청년 정치인도 결국 공천이라는 벽을 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공천 시스템을 예측 가능하도록 바꿔야 한다. 선거 120일 전에야 룰을 만드는 식의 지금의 공천 제도는 정치 신인에겐 ‘깜깜이’ 공천이나 다름없다. 적어도 선거 1년 전에는 공천 룰이 확정돼야 한다. 왜 컷오프 되는지, 왜 경선에서 탈락하는지 예비후보자 본인이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선거 승리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전략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당내 분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최 위원장과 혁신위는 공천 개혁 외에 △중앙당 기능 강화를 통한 인재 양성 △지구당 부활 등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 △여의도연구원 개편을 통한 정책 역량 강화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정치 신인임에도 이례적으로 6ㆍ1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과 서울시장 공동선대위원장을 잇따라 맡아 “정치생명을 건 전쟁터”에서 일찌감치 “정치의 속살을 볼 기회”를 얻어 속성으로 정치 수업을 받은 경험이 토대가 됐다.
"인물 중심 계파 정치 아닌 이념·정책 정당으로 거듭나야"
최 위원장은 특히 인물 중심의 '계파 정치' 청산 없이는 ‘지속 가능한 100년 정당’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계파 갈등이 극심했던 앞선 총선에서 ‘국민을 위해 뭘 할지’가 아니라 ‘누구에게 줄 설지’가 사실상 공천 기준이 되면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최 위원장이 보기에 "지금 국민의힘은 가치나 이념으로 잘 무장된 조직이 아니다. 당원들도 국민의힘 당원이라기보다는 특정 정치인의 당원”이다.
최근 이 대표 징계 이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당권을 놓고 벌인 내홍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 필요성 등 ‘포스트 이준석 체제’ 논란에 대해선 “혁신위 활동은 지도부 체제와 큰 관계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아무리 좋은 혁신도 선거 승리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빛이 바랠 수 있다.
“선거 승리는 정당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우리 당이 집권해야 국민과 국가가 잘된다는 확신이 없는 정당이라면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영국 보수당의 경우 이기는 선거를 위해 지속적으로 변신해 왔다. 민심을 담아내는 좋은 정책, 좋은 사람을 지속적으로 공급했다. 문재인 정권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도 잘못하면 5년 만에 교체될 수 있다. 당장 2년 후 총선도 있다. 절박함을 갖고, 국민이 우리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국민은 그리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방선거 이튿날인 지난달 2일 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는 현재 △인재 양성 △공천 개혁 △민생 분야 소위를 구성해 혁신 안건을 추리고 있으며, 내달부터 전국 시ㆍ도당위원회를 돌며 여론을 청취한 뒤 첫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내에 혁신안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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