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한국 빙상이다. 그간 음주, 폭행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빙상계에 또 음주운전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눈부신 역주로 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들의 이탈이라 충격 여파도 크다.
24일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따르면 22일 밤 진천선수촌 내에서 음주 사고를 낸 선수는 2018 평창올림픽, 2022 베이징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 동메달리스트 김민석(성남시청)이다. 김민석은 이날 정재원(의정부시청) 정재웅(성남시청) 정선교(스포츠토토)와 함께 진천선수촌 인근 식당에서 술을 곁들여 저녁을 먹었다. 이후 네 명은 김민석의 승용차를 타고 선수촌에 복귀했다. 다만 이때 운전자가 누구였는지는 아직 연맹에서 조사 중이다.
음주 사고는 선수촌 복귀 이후 발생했다. 선수촌에 돌아온 김민석과 정재웅, 정선교는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선수촌 웰컴센터에서 생일 파티를 하던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박지윤(의정부시청)의 연락을 받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선수촌 숙소로 복귀할 때 김민석이 운전대를 잡았는데 정재웅 정선교 박지윤이 함께 탔다. 이 과정에서 김민석은 도로 보도블럭 경계석과 충돌하는 사고를 냈고, 이들은 사고 수습을 하지 않은 채 숙소로 들어갔다. 이후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선수촌 당직자에게 발각됐다.
선수촌 관계자는 이들에게 술 냄새가 풍기자 선수촌 상부와 빙상연맹에 보고했다. 연맹은 바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에 퇴촌을 지시했다. 다만 당시 김민석은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고, 혈중알코올 농도도 측정하지 않았다.
김민석은 대표팀 훈련 기간 중 음주를 한데다 운전대까지 잡아 중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승한 정재원 등 동료들도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은 2회 연속 남자 1,500m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정재원은 베이징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 은메달리스트다. 연맹 관계자는 “27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논의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빙상계는 잊을 만 하면 반복되는 사고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특히 2019년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5명이 선수촌 내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된 지 3년 만에 같은 음주 사고가 발생해 빙상 선수들의 기강 해이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연맹의 징계가 자격 정지 2개월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도 선수들의 안일함을 키운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 빙상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의 편파 판정, 심석희의 욕설 파문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눈부신 역주로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다. 빙상연맹 회장사 BBQ그룹도 선수단 사기 진작을 위해 ‘치킨 연금’을 전달하고, 4년 전 평창 올림픽보다 두 배 많은 포상금도 지급하며 빙상 부흥을 위해 적극 나섰다. 하지만 얼마 안 돼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음주 사고를 내 빙상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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