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의무보험 사고부담금 대폭 상향
현행, 대인 1000만원, 대물 500만원 최대
28일부터 사망 1인당 1.5억, 대물 2000만원
A씨는 만취 상태로 자신의 차를 몰다 갓길에 주차된 고급 외제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A씨 차량에 동승한 친구 2명은 사망했고, 1명은 척추가 골절돼 전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당했다. 보험회사가 추산한 손해액은 사망자 1인당 3억 원, 중상해자 손해액 2억 원(부상 1급+후유장애 1급)이었다. 상대 차량의 손해 평가액도 8,000만 원에 달했다.
자동차 보험에 든 시점이 이달 27일 이전이라면 A씨가 부담하는 금액은 의무보험 1,500만 원에 임의보험 1억5,000만 원을 합친 1억6,500만 원에 그친다. 하지만 28일 이후라면 부담금은 6억5,000만 원으로 껑충 뛰게 된다. 임의보험(1억5,000만 원)은 그대로지만, 의무보험 부담금이 사망자 1명당 1억5,000만 원과 중상을 입은 1명에게 1억8,000만 원(부상 3,000만 원, 후유장애 1억5,000만 원)을 각각 지급하고, 대물 2,000만 원까지 합쳐 5억 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주는 물론 마약, 약물, 무면허, 뺑소니 등의 사고를 낸 운전자의 부담이 앞으로 대폭 커지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임의적으로 불법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운전자의 의무보험 사고부담금이 확대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개정안이 28일부터 시행된다고 24일 밝혔다.
사고부담금은 중대 법규 위반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보험금의 일부를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의무보험 한도 내에서는 사고당 최고 대인 1,000만 원, 대물 500만 원을 부과해 왔다. 하지만 음주 등 불법행위를 한 운전자에게 부과하는 금액이 피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경각심 고취와 사고 예방’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 무면허 운전이나 뺑소니 사고로 인한 대인, 대물 사고의 사고부담금 한도는 사고 1건당 각각 300만 원과 100만 원에 불과하다. 사고 1건당 1,000만 원과 500만 원인 음주와 마약ㆍ약물에 의한 사고의 사고부담금 한도보다도 낮다.
하지만 제도 개선으로 28일 이후 자동차보험 가입자부터 귀책 사유가 있는 운전자는 의무보험 한도 내 보험금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부담금 산정 기준도 사고 건수에서 사망ㆍ부상자별로 적용된다. 음주, 마약ㆍ약물, 무면허, 뺑소니 사고 모두 대인 1명당 1억5,000만 원(사망)ㆍ3,000만 원(부상), 대물 2,000만 원으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보험 가입자(운전자)에게 제공한 사고부담금 한도를 폐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된 B씨가 차를 운전하다가 충돌 사고를 내 상대 차량 운전자 1명과 동승자 1명이 각각 척추 골절을 당해 손해액 1인당 3,000만 원, 차량 손실액 2,000만 원이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B씨가 부담하는 사고부담금은 400만 원(대인 300만 원+대물 100만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법이 바뀌면 8,0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부상자(3,000만 원씩 2명)와 차량 손해 모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사고 1건당 대인 1억 원, 대물 5,000만 원인 임의보험 한도는 그대로 유지했다. 지급 방법 또한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일괄 지급 후 사고부담금만큼의 금액을 보험사가 운전자에게 구상하는 방식으로 기존과 동일하다.
박지홍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관은 "마약·약물, 음주, 무면허, 뺑소니 운전은 고의성이 높은 중대한 과실"이라며 "사고부담금을 확대하는 이번 조치로 전반적인 교통사고 감소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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