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의 원소주스피릿 편의점 출시 동시에 화제
GS25, 일주일 만에 초도물량 20만 병 다 팔려
'발주 중단' 사태까지…25일 판매 재개
"그야말로 '1초 컷'이네요."
22일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가수 박재범이 세운 원스피리츠의 신제품 '원소주 스피릿'의 인기에 혀를 내둘렀다. GS25는 원스피리츠와 손잡고 12일부터 증류식 소주인 원소주 스피릿을 단독 판매 중인데, 판매 일주일 만에 준비한 물량 20만 병이 모두 팔렸다. 이 제품은 오랫동안 주류 매출 1, 2위(GS25 기준) 자리를 지켜 온 카스와 참이슬후레쉬까지 단숨에 밀어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일주일 판매량이 증류식 소주 1위 상품의 1년치 판매량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말했다.
'원조' 원소주 대박 비결은 '펀 마케팅'
사실 업계에서는 원소주 스피릿의 대박 가능성을 높다고 봤다. 오리지널 제품인 원소주의 인기가 워낙 대단했기 때문이다. 원소주는 2월 출시 직후부터 공식 온라인몰에서 하루 한정 판매 수량 2,000병이 매일 품절되며 '없어서 못 사는 술'로 뜨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런 원소주의 큰 인기가 단순히 유명 가수 박재범을 내세운 '셀럽 마케팅'에 기댄 것이 아니라, 상품에 문화와 재미 요소를 녹인 것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보통 종이 라벨이 붙는 희석식 소주병과 달리, 원소주는 용기에 천 소재로 된 라벨 스티커를 제작해 붙였다. '굿즈' 처럼 라벨을 다른 애장품에 붙이거나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도록 하면서 소비자가 제품을 가지고 놀도록 이끈 것이다.
원소주를 기획한 김희준 원스피리츠 최고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주지만 소주답지 않아야 했다"며 "기존 전통주가 가진 토속적 느낌이 아닌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로 '마셨다는 걸 자랑할 수 있는 술'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보다 먼저 온라인으로 판로를 뚫은 것도 트렌디한 이미지를 살리는 데 효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원소주는 강원 원주에서 원주산 쌀로 만들어 지역특산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반 주류와 달리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원스피리츠가 대형마트, 외식업체 등을 제치고 편의점과 손잡은 것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원소주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힙한' 상품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었는데 도수를 올린 후속 제품을 내놓고 오프라인 판매처를 다른 곳도 아닌 편의점으로 선택했을 때 그 인기를 고스란히 받아 안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원소주 스피릿은 원스피리츠가 판매 제품군을 늘리기 위해 기존 제품보다 도수를 2도 높여 출시한 후속 작품으로, 판매하는 곳은 현재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와 GS더프레시뿐이다. 원소주의 공식 판매처인 온라인몰이 두 달 넘게 리뉴얼 작업 중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외식업체 대신 왜 하필 편의점이었나
원스피리츠가 편의점을 택한 데는 고도의 전략이 담겨 있다. 증류식 소주는 희석식 소주보다 가격이 높아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한데, 좀 더 부담 없이 즐기려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이 필요했다.
김 CCO는 "증류식 소주라고 꼭 고급 안주와 먹는 게 아니라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라면과도 함께 즐길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GS25를 통해 판매하는 원소주 스피릿은 기존 제품보다 판매가를 2,000원 낮춰 가격 부담도 줄였다.
많은 협업 제안을 물리치고 GS25와 손잡은 것은 GS25의 문화 콘텐츠 기획력과 소비자와 소통 역량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GS25가 매년 대규모 콘서트 '뮤직앤비어페스티벌'을 열고, 지난해 비보이팀 '갬블러크루'와 '독도 알리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젊은 감성의 문화 콘텐츠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것이 소위 '힙(HIP·개성 강한 것)'한 감성을 추구하는 원소주 브랜드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일찌감치 주류스마트오더 플랫폼 '와인25플러스'를 론칭해 온라인으로 주류를 판매한 경험을 쌓은 것도 원스피리츠의 마음을 얻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여러 문화 활동으로 쌓아온 마케팅 노하우와 콘텐츠의 힘을 좋게 본 듯하다"며 "원스피리츠 입장에서는 판로 확장도 중요하지만 원소주의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고 소비자의 마음속에 이를 각인시키는 게 더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S25 '발주 중단'…"25일 판매 재개 예정"
그러나 품귀 현상이 심각해 한편에선 소비자들의 불만들도 나온다. 원소주 스피릿은 오리지널 제품과 달리 2주 옹기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아 수급이 상대적으로 수월한데도 찾는 이들이 워낙 많다 보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GS25는 일주일에 12병 보내던 발주 물량을 6병으로 줄였다가 19일 결국 발주 중단에 들어갔다. 이날 편의점 점주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입고도 안 되는데 왜 안 파느냐" "예약을 받아달라고 요구하는 손님까지 있다"는 하소연과 쓴소리가 쏟아졌다. GS25는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25일 판매를 재개할 방침이다.
원스피리츠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 증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 CCO는 "원소주 스피릿은 숙성 과정을 생략해도 주정에 물을 섞는 희석식 소주와 비교하면 밥을 짓고 증류하기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좋은 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