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질문에 "원래는 '저도' 계속 갔다고 하는데..."
역대 대통령 찾은 휴가지 저도 다시 주목
"거제도(인근)라서 생각을 하고 있다가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 때문에 어떻게 할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 한마디로 올여름 다시 주목받고 있는 섬이 있다. 경남 거제시 북쪽에 있는 43만여㎡의 작은 섬, 저도다. 지난 21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여름 휴가 계획'을 묻는 질문에 "원래 (역대 대통령들이) 여름 휴가를 저도에 계속 갔다고 하더라"며 저도 옆, 거제에서 50일째 이어지는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 해결을 간접 요청했다.
기암괴석과 모래 해변이 아름다운 저도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계 휴양지로 쓰기 시작하면서 '대통령 휴양지'가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저도 내 별장시설을 '바다의 청와대'란 의미인 '청해대(靑海臺)'로 지정한 뒤로는 일반인 출입이 제한됐다. 섬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보상을 받고 이주하면서 '대통령만의 섬'이 된 셈이다.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권위주의 청산 차원에서 청해대의 대통령 별장 지정을 해제하고 어민들에게 어업권을 돌려줬지만 군사보호구역은 그대로 유지됐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때는 청해대가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됐다.
일반에 저도가 다시 알려진 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휴가 때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5개월째인 2013년 7월 첫 여름 휴가지로 저도를 찾았는데, 청와대가 경호를 이유로 일정 공개 유예(엠바고)를 요청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추억 속의 저도'란 제목으로 저도에서 찍은 사진 5장을 올려 엠바고가 해제되기도 했다. 이 중 박 전 대통령이 해변에서 모래 위에 '저도의 추억' 글씨를 쓰는 사진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저도의 추억'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 해 전 세상을 떠난 육영수 여사를 기리며 1975년 쓴 시의 제목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저도 개방을 공약했고, 취임 후 논의를 거쳐 2021년부터 저도 내 대통령 별장 건물 외곽길 산책로를 개방했다. 저도는 군사시설과 대통령 경호유관시설이 있어 이전까지는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왔다. 1년 시범개방을 하기 두 달 전인 2019년 7월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이를 알리기도 했다. 이제 시민들은 저도 대통령 별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관람할 수 있고, 별장 인근의 지정된 장소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한편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충북 청주에 있는 '청남대(남쪽의 청와대)'를 주로 찾았다. 청남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3년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돌려줘 일반에 개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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