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숙제를 끝내고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에요.”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로 쓴 ‘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21일 은빛 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했다. 우상혁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날아올라 한국 육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획득했다.
부모님과 대한육상연맹 관계자,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입국장을 통과한 우상혁은 “역사를 썼다고 말씀을 해주시는데 뭔가 얼떨떨하다”며 “은메달을 딴 것이 (한국 육상계에) 최초 타이틀이 돼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출국 전 “가장 무거운 것(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오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우상혁은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는 “금메달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은메달을 딴 것도 기분이 좋다. 만족한다. 후회는 없다”며 활짝 웃었다.
경쟁 상대이자 이번 대회 우승자인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2m37)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상혁은 “나도 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바심이) '이를 갈고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바심은 가벼웠고, 나는 몸 상태가 무거웠다. 그런 부분에서 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는 우상혁은 특유의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는 “내가 바심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다. 바심은 통산 50경기 이상 메이저대회를 뛰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메이저대회를 두 번 뛰었다"며 "앞으로 국제대회 경험을 더 쌓는다면 바심과 동등한 입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뚜렷한 목표도 밝혔다. 우상혁은 “이번 대회를 통해 모든 선수들이 나를 견제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 능력치를 더 올려서 스스로를 이겨 나가야 한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많으니 2m40까지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우상혁은 짧은 휴식을 가진 뒤 다시 국제대회에 나가 정상에 도전한다. 당장 다음달 10일 모나코, 26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에 출전한다. 이어 9월 7일부터 스위스 취리히에서 펼쳐지는 2022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시리즈에 나가 메달을 노린다.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이아몬드리그를 준비할 계획이다. (큰 숙제를 해결해) 심리적 압박도 없고, 가볍게 뛰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두 개 대회 타이틀을 다 가져오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우상혁의 도약은 내년 3월 중국 난징 세계실내육상선수권, 8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을 거쳐 2024년 파리올림픽, 2025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다. 그는 “파리올림픽 금메달이 목표였는데 도쿄 세계선수권까지 마무리하면 딱 좋을 것 같다. 도쿄올림픽에서 4위를 해 아쉬움이 컸는데 이를 풀고 싶다"며 "국민 여러분들께서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났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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