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후보 지지 발언 등 정치적 표현 가능
현수막 등 광고물 게시 금지도 '헌법불합치'
"유권자 정치적 표현의 자유 과도한 제약"
향후 선거 문화에 적지 않은 영향 미칠 듯
방송인 김어준씨와 주진우씨가 총선을 앞두고 열었던 '나꼼수 토크 콘서트'처럼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현수막이나 광고물, 문서·도화를 게시하는 행위를 금지한 조항 등도 무더기로 헌법불합치 판단이 내려졌다. 헌재가 선거기간 중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면서, 이번 결정으로 향후 선거 문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①집회개최 금지조항 : (향우회 등 제외) 위헌
헌재는 21일 공직선거법 103조 3항, 256조 3항 1호 등의 '누구든지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지연·혈연·학연 등을 기반으로 한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 등은 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게 됐다.
헌재는 해당 조항 입법 목적을 '선거의 공정과 평온의 확보'라고 규정했다. 헌재는 "집회 금지는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될 수 있다"며 "위협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까지 예외 없이 금지하는 것은 입법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어준씨와 주진우씨는 해당 조항에 대해 "선거운동과 정치적 표현 등을 침해한다"며 2018년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19대 총선 직전인 2012년 4월 민주통합당 정동영·김용민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등 토크 콘서트에서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위헌 결정이 나오면서 향후 유사한 집회·모임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이선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들은 "해당 조항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에 한정해 제한할 뿐"이라며 "선거 과열로 인한 과다한 비용 지출과 후보자 및 유권자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②표시물 사용, 시설물 설치, 문서·도화 게시 등 금지조항 : 헌법불합치
헌재는 이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선고도 쏟아냈다. '선거운동 기간 중 어깨띠, 모양과 색상이 동일한 모자나 옷, 표찰·수기·마스코트·소품, 그 밖의 표시물을 사용해 선거운동을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는 68조 2항, 255조 1항 5호 등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수막 등 시설물 설치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90조 1항 1호, 256조 3항 1호와 문서·도화 게시 등을 금지하는 93조 1항, 255조 2항 5호 등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금권선거 및 흑색선전 우려는 기존 선거비용 제한·보전 제도, 허위사실유포 금지 등의 규제로 방지할 수 있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선거 기회균등 및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 명백하다 볼 수 없는 정치적 표현까지 금지·처벌해 유권자·후보자의 정치적 표현 자유 제약은 매우 중대하다"며 "장기적, 포괄적으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금지·처벌하는 것은 침해 최소성과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헌법불합치 조항에 대한 국회 개정 시한은 내년 7월 31일까지다.
③확성장치사용 금지조항 : 합헌
헌재는 공개 장소에서의 연설·대담장소 또는 대담·토론회장에서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선거 운동을 위해 확성 장치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법 91조 1항 등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국민들이 확성 장치 사용으로 겪게 되는 △소음 피해 △생업 지장 △선거 혐오 등을 우려하며 "다른 선거 운동 방법을 활용할 수 있어 과도한 제한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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