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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이 '저가'라는 4만원대 '5G 요금제'...정말 싼 것일까요

입력
2022.07.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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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8월 5G 신규 요금제 구체화
4만 원대 요금제에 '저가 인정' 격론
소비자단체 "서민에게 10배 비싸게 받아"
통신업계 "기본 비용에 비싼 요금제 혜택"

통신3사가 8월 중 새롭게 출시할 예정인 5G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통신3사는 중간 요금제와 함께 저가형 요금제도 선보일 예정인데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았습니다. 6월 16일 서울 시내 한 휴대폰 할인매장 앞의 모습. 뉴시스 제공

통신3사가 8월 중 새롭게 출시할 예정인 5G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통신3사는 중간 요금제와 함께 저가형 요금제도 선보일 예정인데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았습니다. 6월 16일 서울 시내 한 휴대폰 할인매장 앞의 모습. 뉴시스 제공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제가 화두입니다. 국내 5G 서비스 이용자가 2,40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연내 3,000만 가입자 돌파까지 예측되자 '국민 통신비 완화' 대책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인데요. 통신3사는 8월까지 5G '중간 요금제'와 함께 '저가 요금제' 모델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먼저 나섰는데요. SK텔레콤은 11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전, '5G 요금제' 몇 개를 과기정통부에 깜짝 신고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은 ①월 5만9,000원·데이터 24기가바이트(GB) ②월 4만9000원·데이터 8GB ③월 3만 원 초반 가격·데이터 8GB 언택트(인터넷 전용) 요금제 ④4만 원 초반·24GB 언택트 요금제 ⑤월 9만 원·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정도입니다. KT와 LG유플러스가 염두에 두고 있는 요금제 역시 SK텔레콤 요금제 모델과 비슷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과기정통부는 현행법에 따라 이달 말까지는 해당 요금제에 대한 '허가' 또는 '불허'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국내 통신 3사가 2019년 세계최초 '5G 상용화'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얻은 뒤 3년 동안 못 본 척했던 중간 요금제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에요.


BBQ 치킨 2마리·스벅 10잔…과연 저가일까


KT가 출시한 4만5,000원짜리 5G 요금제와 SKT가 신고한 4만9,000원짜리 요금제는 저가형 요금제로 불립니다. 하지만 1마리에 2만 원짜리인 BBQ 황금올리브치킨을 두 마리나 먹고도 5,000원과 9,000원이 남는 돈인데 정말 저가로 봐도 될까요. BBQ 홈페이지

KT가 출시한 4만5,000원짜리 5G 요금제와 SKT가 신고한 4만9,000원짜리 요금제는 저가형 요금제로 불립니다. 하지만 1마리에 2만 원짜리인 BBQ 황금올리브치킨을 두 마리나 먹고도 5,000원과 9,000원이 남는 돈인데 정말 저가로 봐도 될까요. BBQ 홈페이지


그런데 뭔가 찝찝합니다. '통신사 출입기자'가 아니라 5G 서비스 이용을 고민하는 '소비자의 눈'으로 보기에 "이런 요금제들이 진짜 실효성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드는데요. SK텔레콤이 신고한 요금제 중 4만9,000원에 데이터 제공량 8GB 요금제를 살펴봅시다. 이 요금제는 기존 SK텔레콤이 출시했던 5G 저가 요금제인 월 5만5,000원·데이터 제공량 10GB 대비 가격은 6,000원 낮췄고, 데이터 제공량은 2GB 줄였어요. SK텔레콤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상대적으로 액수가 낮은 '저가 요금제' 모델을 추가했다고 설명합니다. SK텔레콤보다 먼저 KT가 내놓은 월 4만5,000원·데이터 제공량 5GB 요금제도 엇비슷한 수준이에요.

그런데 통신사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월 4만9,000원 요금제를 정말 '저가'로 인정해도 되는 걸까요? 우선 4만9,000원이면 1마리에 2만 원짜리 BBQ 황금올리브치킨 두 마리를 먹고도 9,000원이 남고요. 1잔에 4,500원인 스타벅스 아이스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는 10잔 마실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의 질에 꽤 큰 영향을 미치는 돈이라는 얘기죠.

또 한 가지, 월 7만 원에 110GB 데이터를 주는 기존 고가 요금제와 월 4만9,000원에 데이터 8GB를 제공받는 요금제를 비교하니 가격은 2배도 차이가 안나는데 데이터 제공량은 13배 넘게 차이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 단체는 "4만 원대 요금제가 저가라는 것은 프레임 세뇌다"라고 날을 세우고 있어요. 물론 통신사들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억울해합니다.

월 4만 원대 5G 요금제는 앞으로도 계속 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한 '저가형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다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겠지요. 그런데 정말 4만 원대 요금제가 저가라고 하면 수긍이 가십니까. 어쩌면 통신사들이 내놓은 5G 요금제 중 가장 싼 모델이 대략 5만5,000원 수준이다보니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비슷한 요금제를 저가로 인식하게 된 것은 아닐까요. 논의를 시작해봅시다.



"1GB당 요금은 627원…서민한테 10배 뻥튀기"


통신 요금제의 적절성을 따지려면 요금제 책정 기준을 알아야 하지만, 해당 내용은 통신사의 영업비밀로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1GB당 통신요금을 기준으로 소비자단체는 통신사의 요금제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지적하고 있죠. 게티이미지뱅크

통신 요금제의 적절성을 따지려면 요금제 책정 기준을 알아야 하지만, 해당 내용은 통신사의 영업비밀로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1GB당 통신요금을 기준으로 소비자단체는 통신사의 요금제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지적하고 있죠. 게티이미지뱅크


우선 통신3사가 요금제를 설정하는 기준을 알아야 이게 비싼지, 싼지 판단을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통신3사가 통신 요금제 설정 기준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죠. 통상 요금제에는 각종 설비 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이 반영되는데 정확히 어떻게 산출되는지, 또 통신사들의 요금제 이익구조가 어떻게 되는지는 통신사의 '높은 분'들만 제한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오는 것이 '1GB당 통신요금' 계산법입니다. 소비자단체를 포함한 비정부기구(NGO)들은 비싼 요금제와 저렴한 요금제의 1GB당 통신 요금을 비교하면 요금제의 형평성은 물론 요금에 끼여 있는 거품까지 큰 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봅니다. 소비자단체는 이 기준을 적용해 통신3사가 출시했거나, 출시할 것으로 예측되는 4만 원대 요금제를 강하게 비판합니다. ①4만 원대 요금제는 저가 요금제도 아니고 ②돈 없는 서민들에게 더 비싼 통신비를 거두는 차별적 요금제라는 주장인데요.

이미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데이터 110GB에 6만9,000원짜리 요금제의 1GB당 요금은 약 627원"이라며 "데이터 8GB를 주려면 5,016원(627원*8)을 받아야지 왜 10배 비싼 4만9,000원을 받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4만 원대 요금제를 저가 요금제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안 소장은 "비싼 요금제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1GB당 630원씩 받고 통신비 몇 백원 아끼려 값싼 요금제 찾는 서민들한테는 1GB당 6,125원씩 받는 구조"라며 "서민에게 10배 뻥튀기한 가격을 받는데 어떻게 저가형 요금제로 볼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데이터 제공량 8GB 이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와요. 실제 과기정통부는 5G 서비스 이용자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3~29GB, 상위 5% '헤비유저'를 제외한 평균치는 18~21GB라고 분석했습니다.



"비싼 요금제 할인 혜택은 당연"


통신3사는 5G 저가 요금제 설정의 근본적 한계를 토로합니다. 5G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설비투자와 네트워크 이용 비용 등 각종 부대비용이 발생해 어쩔 수 없이 '기본요금' 개념이 설정된다는 설명이죠. 다만 시민사회는 그럼에도 통신사들이 저가 요금제 형성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통신3사는 5G 저가 요금제 설정의 근본적 한계를 토로합니다. 5G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설비투자와 네트워크 이용 비용 등 각종 부대비용이 발생해 어쩔 수 없이 '기본요금' 개념이 설정된다는 설명이죠. 다만 시민사회는 그럼에도 통신사들이 저가 요금제 형성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통신3사는 소비자단체의 지적에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기존 저가 요금제보다도 가격을 몇 천원씩 낮춘 요금제를 내놓고도 꾸짖음을 받아야 하니 억울하다는 거죠. 무엇보다 통신요금을 1GB당 단위로 계산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또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며 펄쩍 뛰고요.

한 통신사 관계자는 "다량의 데이터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도 합리적"이라며 "할인마트 같은 다른 업종에서도 제품을 대량 구매할 경우 가격을 깎아 주지 않느냐"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단위당 요금을 기준으로 요금제를 만들기 시작하면 역으로 다양한 요금제 출시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비를 구축하고, 전파를 나르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기본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무리 저가 요금제를 만든다 할지라도 데이터 요금 단위당 가격을 책정해 출시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도 "택시의 기본요금처럼 5G 서비스도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경제 부담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런데 이 말도 조금은 찝찝합니다. 택시는 매번 운행할 때마다 기름이 들어가고 기사님의 노동도 필요하지만 통신 서비스는 기지국이 닳는 것도 아니고 주파수를 사람이 들고 뛰는 것도 아닐 텐데요. 5G 서비스 설비 투자 비용을 요금제를 통해 회수하려는 것은 물론 필요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저가 요금제 설계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이 안 됩니다. "벌 수 있을 때 제대로 벌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면 조금 지나친 걸까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단체들은 "통신사들이 더 현실적 저가 요금제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팀장은 "지난해 통신 3사의 영업 이익이 4조 원을 넘었고 올해 2분기에만 1조2,000억 원을 돌파한다고 한다"며 "5G 중간 요금제, 저가 요금제를 내놓는다고 재정 부담이 크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부담이 생겨도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방법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는데요.

안 소장은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정보통신법 3조는 '이용자가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역무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다. 저렴한 통신비는 권고가 아니라 의무다" 라고요.

5G 요금제를 바라보는 당신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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