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스코어는 1-3(7전4선승제). 상대는 LPBA 최강자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 이 때까지 피아비의 개막 2연속 우승을 의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13전 14기’ 끝에 한을 푼 김민아(NH농협카드)의 첫 우승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김민아는 20일 밤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하나카드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에서 피아비와 풀세트 접전 끝에 4-3(10-11 11-3 4-11 7-11 11-5 11-4 9-4)으로 승리했다.
한 세트만 내 주면 끝나는 벼랑 끝에서 대역전극의 서막을 열었다. 5세트를 잡은 김민아는 기세를 몰아 6세트도 4이닝부터 6이닝까지 9점을 몰아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최종 7세트. 6-4로 박빙의 리드를 잡은 김민아의 계속된 공격에서 난구가 섰다. 뱅크샷 외엔 뚜렷한 답이 없어 보였지만 3쿠션으로 빈 쿠션을 조준하기엔 수구의 가는 길목이 목적구에 가려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타임아웃을 부르고 한참을 고민하던 김민아는 신중하게 자세를 잡은 뒤 샷을 했고, 장-단-장쿠션을 돈 공은 3쿠션이 아닌 5쿠션 뱅크샷으로 그림처럼 적중했다. 쿠션을 여러 번 거칠수록 성공률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김민아는 승부수를 띄웠고 9점으로 끝나는 최종 7세트에서 사실상 위닝샷이 됐다. 그는 21일 "원래는 대부분 3쿠션으로 초이스를 하는데 어제 경우에는 테이블 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5쿠션 지점이 목적구와 가깝게 있어서 찾기가 쉽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랭킹 1위 출신인 김민아는 2020년 8월 프로로 전향한 뒤 14번의 LPBA 투어 출전 끝에 처음으로 정상에 올라 우승 상금 2,000만원을 거머쥐었다. 큰 기대를 받고 프로에 뛰어들었지만 성적이 나지 않다 보니 ‘아마 최강’이란 수식어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압박감을 내려 놓기로 했다. 그는 "아마 1위로 프로행을 선택했을 때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우승하지 못하며 조급해졌던 것 같다"며 "'이미 늦었으니 천천히 하자'고 마음먹은 덕분에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자 조금씩 마음이 편해졌고 여유를 찾았다. 감격스럽고 기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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