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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양자기술 동시에 잡으려면 재교육 투자해야"

입력
2022.07.25 08:50
수정
2022.07.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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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게임체인저 양자컴퓨터 :④제언]
김부현 KIRD 본부장이 보는 양자시대 준비

김부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인재교육본부장

김부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인재교육본부장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한국 과학기술계는 지금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반도체 분야는 대만과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반도체에 자본과 인력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차세대 컴퓨터의 혁신이 될 양자기술 분야를 놓아버릴 수도 없다. 한정된 인력으로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인력 배분 정책을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부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인재교육본부장은 2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준비를 위해 기존 과학기술분야 인력의 재교육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고도화된 전성기 단계인 반도체 산업은 기업 주도로 인력을 양성하고 △아직 초기 단계인 양자기술 분야는 정부 주도로 전문인력을 키우는 '투트랙'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양자물리의 특성을 활용한 양자컴퓨터, 양자센서, 양자통신 등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될 전망이지만, 반도체의 국제적 위상에 비해 그 기술 수준은 미미한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양자기술은 최선도국 미국과 비교하면 81.3%(지난해 기준) 수준이다. 현재 양자기술 분야의 핵심연구인력은 약 150명인데, 양자기술 상용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2030년에는 적어도 1,000명 이상의 연구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본부장은 "양자기술은 반도체 집적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파괴적 혁신기술이지만 아직 지배적 기술이 개발돼 있지는 않아 추격의 기회는 열려 있다"며 "정부 주도의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과학기술 인재육성 로드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반도체 등 돈이 되는 분야에만 투자가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미래산업이 소외받는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쌀'이라 불릴 정도로 현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먹거리 산업이고, 매년 인력 부족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다만 "고도화된 반도체 산업과 초기 단계 전략기술인 양자기술은 인력 양성의 접근방식이 달라야 한다"며 "반도체 분야엔 기업이 중심이 됐다면, 초기 단계인 양자기술 분야는 정부가 좀 더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자기술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미국은 2018년 12월 세계 최초로 양자법을 제정해 정부 지원의 근거를 마련한 뒤 5년간 12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5개년 계획을 통해 양자과학기술 인재 양성, 중대형 프로젝트 추진 등에 연간 10억 위안을 투자했다. 한국의 양자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는 지난해 949억원에서 올해 1,314억원으로 늘어나겠지만, 아직 내실이 갖춰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김 본부장은 "재교육을 통해 핵 심연구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급인재 양성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양자기술은 기존 컴퓨터, 센서, 통신 기술을 양자물리와 접목시키는 융합기술이기에, 그 구현과 상용화를 위해선 재료전자·시스템공학 등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이 필수적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양자기술을 소개하고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국가 주도의 프로젝트나 연구과제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영국 등 선도국의 경우처럼 각 분야 전문인력들이 모여 양자기술과 관련해 소통하는 자리도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 김 본부장은 "청년과 재직자, 여성, 고경력자 등의 경력심화·전환을 통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며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잠재인력의 활용은 효율적인 인재 확보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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