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섬 달 밝은 밤에…
배우 박해일은 인터뷰 시작 전 갑자기 양해를 구하고 이순신 장군의 시조를 읽었다. 뜻밖의 행동에 잠시 현장이 술렁이는 듯했지만 곧 모두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라를 근심하는 마음을 담아낸 시조였다.
박해일은 이순신 장군이 글을 쓰곤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한산: 용의 출현'에 이순신 장군의 선비 같은 면모를 녹여내고 싶었단다. 김한민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이순신 장군의 모습도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이었다.
박해일은 2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감정의 과잉' 경계한 박해일
박해일은 '한산: 용의 출현'에서 리더십과 책임감을 모두 지니고 있는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았다. 그는 이순신 장군을 그려내며 '감정의 과잉'을 경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물을 무미건조하게 그려내고 싶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절제돼 있으면서도 기운은 느껴지는 연기 톤을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제 장면을 촬영할 때 감독님께 그 연기 톤이 느껴지는지 자주 물었죠."
박해일이 바라본 이순신 장군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흠결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자연인 박해일로서 제일 간극이 큰 부분이었다"고도 했다. '한산: 용의 출현' 속 이순신 장군은 한 발자국 떨어져서 수군들이 자신의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인물이었다. 박해일은 눈빛으로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를 표현하려 노력했다.
거북선의 놀라운 비주얼
거북선은 '한산: 용의 출현'의 볼거리 중 하나다. 박해일은 작품을 위해 만들어진 거북선을 봤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바다에) 띄우면 뜰 것 같은 목재였다. 뛰어다니며 전투를 해도 될 정도로 튼튼했다"고 말했다. 특히 용두가 인상적이었단다. 그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드라마, 영화에서 다뤄왔던 거북선 용두들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조금씩 다르다"고 귀띔했다.
'한산: 용의 출현' 속 많은 장면들은 CG가 더해져 완성됐다. 이에 박해일은 연기하는 동안 끊임없이 이순신 장군이 처한 상황을 상상했다. 그는 "전투 자체를 인지하고 물살 흐름도 알고 어느 정도 적진이 와 있는지 가늠해야 했다. 수세에 있는지 공세를 진행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연기도 해야 했다"고 밝혔다. 박해일은 "배우의 감정과 CG가 따로 놀지 않기를 원했다"며 집중력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캐스팅 후 사진 보낸 변요한
이순신 장군의 반대편에는 왜군 수군 최고사령관 와키자카가 있었다. 변요한은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와키자카를 그려냈다. 박해일은 변요한이 '한산: 용의 출현'에 캐스팅된 후 문자로 사진을 보내줬다고 했다. "각자 다른 곳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던 듯합니다. 변요한씨가 포효하는 듯한 얼굴을 셀카로 찍어서 전송했더라고요. 저도 보냈어요."
아쉽게도 촬영 중간에는 변요한과 자주 만날 수 없었다. 박해일은 "조선군 팀이 들어와서 촬영을 하고 빠져나가면 그다음에 왜군 팀 세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횟집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들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작품을 완성해나갔다. 장문의 문자도 주고받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헤어질 결심' 해준과 '한산: 용의 출현' 이순신 장군의 공통점
박해준은 최근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도 대중을 만났다. 그는 "내 의지는 아닌데 코로나19가 지나가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작품들이 한데 뭉쳐서 나오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에서 연기했던 해준과 '한산: 용의 출현' 이순신 장군에게 공통점이 있다고도 했다. "해준은 해군 출신이죠. 문학적인 말투를 쓰기도 하고요. 이순신 장군은 시를 씁니다. 그리고 바다 위에서 전투를 벌이는 해군이죠. 둘 다 공무원인 셈인데 이렇게 재밌게 생각할 수도 있는 듯해요."
'헤어질 결심'에 이어 '한산: 용의 출현'으로 열일 행보를 이어가는 박해일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그는 이 공을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작품을 완성해온 감독들에게로 돌렸다. '한산: 용의 출현'을 빛낸 연기와 관련해서도 "스태프분들, 상대 배우들, 음악, 편집, 배경, CG 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뛰어나지만 이를 과시하지는 않는, '한산: 용의 출현' 속 이순신 장군과 꼭 닮은 모습이었다.
'한산: 용의 출현'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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