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267 대 반대 157로 가결
대법원이 뒤집기 전 '동성혼 권리' 성문화 시도
동성혼은 진보-보수 가르는 기준 아냐
미국 연방 하원이 동성 결혼과 다른 인종 간 결혼을 보장하는 법안을 19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보수 성향으로 기운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낙태)권 보장 취소를 시작으로 동성 결혼 권리마저 폐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이를 미리 법으로 성문화하려는 의도다. 공화당 의원 50여 명도 찬성표를 던져 '평등한 결혼권' 보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혼한 주에서 합법이면 연방정부도 인정"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 하원이 찬성 267명 대 반대 157명으로 '결혼존중법'을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참석한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과 공화당 소속 47명이 찬성했다.
법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①특정 결혼이 이뤄진 주(州)에서 합법이었다면, 연방정부도 결혼을 합법으로 인정해야 한다. 즉,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현재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30개 주에서도 결혼한 동성커플이 합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또 ②결혼한 커플이 성별, 인종, 출신 국가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법무부 장관에게 관련 행정처분을 내릴 권한이 부여된다. 아울러 ③결혼을 '여성 한 명과 남성 한 명의 결합'으로 제한한 '결혼보호법'도 폐지된다.
1996년 제정된 이 법은 2013년 위헌 결정이 났지만, 최근 들어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달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임신중지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하며 제시한 소수 의견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한 판결까지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NYT는 "이번 결정은 (토머스 대법관의) 소수의견에 대한 (의회의) 직접적 대답"이라며 동성 간 결혼권을 성문화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전통 보수' 공화당도 입장 바꾸나
특히 20%가 넘는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동성 결혼권 보호에 동의했다는 점이 이번 표결의 최대 의의로 꼽힌다. 공화당은 그간 동성 결혼은 물론 동성애 자체에 반대해왔다. 지난해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에 대해선 단 3명의 공화당 의원만 찬성했다.
하지만 이번 표결에서 공화당은 공식 당론을 정하지 않은 채 의원 개인에게 결정을 맡겼다. 플로리다주 케빈 매카시, 루이지애나주 스티브 스컬리스 의원 등 공화당 지도부 일부도 찬성했다. 팀 린드버그 미네소타모리스대 법과 조교수는 "동성 결혼권 지지 여부가 더 이상 보수-진보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법안이 상원도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민주·공화당이 의석을 50석씩 반분한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생략하려면 6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공화당 의원 10명도 법안에 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다수 의원이 어떤 의제를 다루기를 원하는지 확인할 때까진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발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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