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 朴 "협의체 설명… 日도 노력 평가"
요지부동 日에 협상 주선 등 과제 난망
"일단 방향 설명 의미… 日 역할 끌어내야"
"(강제동원) 민관협의체를 통해 피해 당사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이란 내용을 일본 측에 설명했고, 일본 측은 우리의 노력을 평가했다."
20일 박진 외교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이 18~20일 도쿄에서 일본 측을 상대로 강조한 것이 '강제동원 민관협의회'다. 이제 고작 두 차례 회의를 연 데 불과하지만, 초기 단계인 국내 논의내용을 일본과 공유하겠다는 열린 자세로 접근한 셈이다. 협상카드를 완성한 뒤에야 일본에 내밀어 밀고 당기던 기존과는 다른 모습이다.
우리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강제매각을 통한 현금 배상 명령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이 그전에 해법을 제시하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우리 정부의 속내를 일부 드러내는 성의를 보이면서 일본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 줬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장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정부에 '외교적 보호권'을 요구하며 일본 전범기업과의 '직접 협상'을 원하고 있다. 그래야 일본 측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요지부동이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배상이 끝났으니 추후 일체의 요구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정부와 사실상 한몸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번 박 장관의 방일 이후에도 "해결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 외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직접 협상 대신 기금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먼저 지급하는 '대위 변제'도 여의치 않긴 마찬가지다. 자칫 우리 정부가 덤터기를 쓰고 일본 정부와 기업은 쏙 빠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흐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입장을 일본에 최선을 다해 설명하면서 (일본 측의) 온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는 외교부 고위당국자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딱히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
민관협의회는 전범기업의 '사과'도 거론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피해자와 다수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다만 사과의 주체, 형식에 따라 경우의 수가 많고 일본이 이에 부정적이어서 향후 협상이 시간만 질질 끌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외교 소식통은 20일 "박 장관이 일본 측에 민관협의회 출범 등 우리의 노력을 강조하고 대략적인 방향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향후 일본의 역할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일본이 맞장구를 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이날 귀국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일본도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며 "이에 대해 (일본 측이) 상당히 진지하게 경청했고 앞으로 계속 협의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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