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옐런 접견 따라온 취재진
대통령실, 휴대폰에 '검은 테이프' 붙이라 요구
블룸버그 기자, 사진 못 찍자 그림 그려 공유
대통령실이 지난 19일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접견 때 동행한 미국 기자들의 휴대폰 사진 촬영을 막기 위해 '불투명 테이프' 사용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 취재기자가 남긴 현장 스케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회담을 취재한 미국 언론 소속 기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대통령실 측은 동행 기자들의 휴대폰 카메라에 검은 테이프를 붙이게 했다. 이에 블룸버그 소속 크리스 콘돈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윤 대통령과 옐런 장관의 모습을 묘사한 짧은 스케치를 남겼다.
스케치에선 평소 옐런 장관에게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옷깃을 세운 패션을 묘사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옐런 장관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직을 마무리하던 2018년 2월에는 연준 직원들이 '옷깃을 세우라(#PopYourCollar)'라는 해시태그를 써서 그에게 존경을 표한 적이 있을 정도로 옷깃은 옐런 장관의 상징적인 이미지다.
옐런 장관은 물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윤 대통령과 만나는 사진을 별도로 공유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러시아에 책임을 묻고 불법적 전쟁이 에너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경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기 위한 공급망 강화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역시 이를 인용해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한미 동맹이 군사 동맹에서 기술 경제 동맹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도 대통령실은 보안상의 이유로 휴대폰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여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다. 당시에는 미국 측 반발로 인해 기자들이 기자회견 장소인 강당에선 휴대폰 촬영이 허용됐지만 복도 등에서의 촬영은 불허됐다.
당시 해당 상황을 보도한 미국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기자단에 삼성전자 휴대폰이 아닌 휴대폰은 반입을 불허하려고 해 백악관 쪽과 밀고당기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 보도를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보안상의 이유라고는 하지만 미국 기자들 입장에서는 휴대폰 사진 촬영 제한은 낯설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방탄소년단(BTS)이 백악관을 방문해 브리핑룸에 섰을 때는 취재기자들이 너도나도 휴대폰을 들고 촬영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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