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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을 사주로 풀어본다면

입력
2022.07.20 19:00
수정
2022.07.21 10:39
25면
0 0
전형일
전형일명리학자·철학박사

편집자주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북송의 사마광(司馬光)은 제왕학의 교과서로 알려진 자치통감(資治通鑑)에서 '재덕론(才德論)'을 펼쳤다.

"재덕(才德)을 겸비하면 성인(聖人), 재주도 없고 덕도 없으면 어리석은 자(愚人), 덕이 재주를 능가하면 군자(君子), 재주가 덕을 능가하면 소인(小人)이다."

사마광의 이 같은 분석은 춘추시대(春秋時代) 좌구명(左丘明)이 지은 역사서 '국어(國語)'에 기록된 다음 일화에서 비롯됐다. 당시 진(晉)나라의 막강한 가문의 수장이었던 지선자(智宣子)가 아들 지요(智謠)를 후계자로 삼고자 했다.

그러자 친족인 지과(智果)가 "지요는 훌륭한 외모, 출중한 무예 실력, 갖가지 기예, 문장과 총기 등의 다섯 가지 장점이 있으나 포용력이 부족하여 각박하다는 단점 때문에 누군들 그와 잘 지낼 수 없다"며 "지요를 후계자로 삼으면 지씨 일족은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다"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지선자는 결국 지요에게 권력을 계승했다. 당시 진나라는 여섯 집안이 통치하고 있었다. 지요는 탁월한 능력으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가문의 세력과 자신의 재능을 믿고 교만했던 그는 진나라의 패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명분으로 우선 두 집안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지요의 아량 없는 잔인함에 겁을 먹고 있던 나머지 조(趙), 위(魏), 한(韓) 세 가문의 연합 반격으로 결국 지 씨 일족은 멸망했다. 지요가 권력을 잡으면 멸족할 것이라는 지과의 예언이 적중한 것이다. 이로써 마지막 세 가문이 나라를 삼분(三分)하며 전국시대(戰國時代)가 시작된다.

사마광은 "지요의 멸망은 재주만 많고 덕이 부족했기 때문(才勝德)"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는 "재주와 덕은 다른 데도 세상 사람들은 이를 구별 못 하고 모두 훌륭하다고 한다. 이는 사람을 잘못 보는 것이다. 매사를 분명히 하고 총명하며, 강하고 과단성이 있는 것은 재주다. 반면 공정하고 정직하며 온화한 것은 덕이다. 재주는 덕을 보좌하는 것이고 덕은 재주를 통솔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소인은 재능을 이용해 악행을 저지른다. 그래서 사람을 쓰려면 소인보다는 차라리 우인을 쓰라"고 덧붙였다.

삼국지(三國志)의 조조(曹操)도 난세의 간웅(奸雄)답게 재능을 우선시했으나 그 결과는 처참했다. 인재에 욕심이 많았던 조조는 천하의 인물들을 구하기 위해 몇 차례 '구현령(求賢令)'을 내렸다. 기준은 도덕성 등을 따지지 않는 '유재시거(唯才是擧)'로 '오직 재능만 보고 발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조가 오직 능력 위주로 중용한 사마의(司馬懿)의 후손에 의해 그의 왕조는 사라졌다.

삼국지의 주인공도 조조에 비해 용맹도 지략도 부족하지만, 사람을 품는 포용력이 컸던 유비(劉備)인 것도 재(才)보다 덕(德)을 우위에 두는 정서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고립무원(孤立無援)에 빠졌다. '성 상납'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내부에 우군(友軍)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는 명석한 두뇌와 화려한 언변, 추진력, 자신감, 정무 감각 그리고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젊음 등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그의 장점과 더불어 누구나 지적하는 '품성(品性)'은 재능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정서적 공감대보다는 법과 논리만 강조한다. 또 남녀노소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며 비아냥거린다. 특히 어떠한 잘못에 대한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등 무오류를 과신한다. 이로써 공(功)은 사라지고 과(過)만 남았다. 현재 그의 상황은 정치 공학 이전에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 재가 덕을 앞서는 재승박덕(才勝薄德)의 전형이다.

링컨 대통령은 "사람의 성품은 역경을 이겨낼 때가 아니라, 권력이 있을 때 가장 잘 드러난다"고 말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으며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鄰)"는 것은 공자의 말이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 괄목할 만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평소 적이 없기로 유명했던 고(故)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생전 좌우명이 '덕필유린(德必有隣)'이었다. ('정치는 중업(重業)이다')

덕(德)이란 용어는 현재 품성(品性)이나 인성(人性)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의미는 시대와 분야를 떠나 우선적인 가치인 것은 여전하다. 축구 선수 손흥민 부친 손웅정 씨도 "축구보다 인성이 더 중요하다. 화려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훌륭한 인성을 갖추어 인생을 겸손과 감사, 성실함으로 대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명리학(命理學)에서 덕(德)이 있고 없고는 인성(印星)의 유무(有無)에 달려있다. 사주(四柱)의 주체인 일간(日干, 생일 위 글자)이 나무(木)일 경우 물(水, 水生木)이 인성이다. 나를 도와주는 오행(五行, 木火土金水)인 인성은 또한 후원자 등을 의미한다. 결국 덕이 있으면 도와주는 사람도 많아진다.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도 수신(修身)이 우선이다.

전형일 명리학자·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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