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 원인 규명 부검 과정서 발견
새끼 임신한 채 질식사한 개체도
“돌고래 배 속에서 낚싯바늘 여러 개가 달린 2m 길이의 낚싯줄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긴 건 처음 보네요.”
19일 제주시 한림읍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본부에선 제주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상괭이와 남방큰돌고래, 인도태평양상괭이 등 돌고래 3마리에 대한 부검이 진행됐다. 이날 부검은 돌고래들의 폐사 원인을 규명하려고 이뤄졌다. 제주에선 올들어 6월 말까지 돌고래 30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으며, 매년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날 부검이 이뤄진 인도태평양상괭이는 지난 3월 16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개체다. 사체가 부패하지 않아 제주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죽은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부검 결과 인도태평양상괭이의 위에서 낚싯바늘 4개가 달린 2m 길이의 낚싯줄 뭉치와 함께 다량의 기생충과 비닐이 발견됐으며, 그물에 걸려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부검에 참여한 이성빈 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생생물의학실 수의사는 “낚싯줄이 위에 뭉쳐 있어 내용물이 저류되면서 기생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면역력도 약해진 상태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긴 낚싯줄이 나온 건 처음 봐서 놀랐다”고 말했다.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는 이날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본부에서 전국 8개 수의과 대학생 20여 명과 연구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주 해양포유류 부검 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교육은 제주 해역에서 매년 50여 마리의 돌고래들이 죽은 채 발견됨에 따라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다른 부검 개체인 상괭이에선 임신 4~5개월로 추정되는 길이 38.5㎝의 새끼 상괭이가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 상괭이의 폐 속에서도 포말(거품) 등이 관찰됨에 따라 그물 등에 걸려 질식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20일 상괭이 3개체를 추가 부검하고, 21일에는 바다거북을, 22일에는 상어 등을 부검해 폐사 원인 규명 및 연구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부검 교육을 총괄하는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정확한 나이와 사인은 향후 이빨 분석과 조직 검사를 통해 규명될 예정이다. 어느 정도 사인이 추측되지만 피부병이나 암, 기생충 등 병리학적 사인이 확인될 수도 있다”며 “미세플라스틱이나 중금속 중독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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