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세계선수권 높이뛰기 2m35㎝로 2위
2m33㎝ 3차 시기에 몰려서도 위기관리 능력 빛나
'세계 최강' 바심 넘지 못했지만 2024 파리 올림픽 기대
‘스마일 점퍼’ 우상혁(26ㆍ국군체육부대)이 한국 육상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경쟁자 무타즈 에사 바심(31ㆍ카타르)을 넘진 못했지만, 육상 역사를 새로 쓰며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와 2024 파리올림픽에서의 기대감을 높였다.
우상혁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로 2위에 올랐다. 현역 세계 최고 점퍼 바심은 남자 높이뛰기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이전까지 한국 선수 중 실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는 김현섭(2011년 대구 대회ㆍ20㎞ 경보 동메달)뿐이었다. 김현섭은 당시 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이후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 검출 선수가 대거 나오면서 8년 뒤인 2019년에야 뒤늦게 동메달을 받게 됐다. 우상혁은 그러나 높이뛰기에서 이 기록을 넘어서면서 ‘육상 불모지’ 한국에서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가 탄생하게 됐다. 높이뛰기 종목으로 한정하면 이진택(1999년 세비야 대회 6위) 이후 최고 성적이다.
우상혁은 도쿄올림픽 공동 금메달리스트인 바심, 지안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와 함께 이번 대회 ‘빅 3’으로 꼽혔다. 이미 한국인 최초로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우승한 우상혁은 이날 실내ㆍ실외 선수권대회 동시 석권에 도전했다. 역대 남자 높이뛰기에서 실내ㆍ실외 대회를 모두 우승한 선수는 역대 5명밖에 없고, 이 기록을 같은 해에 작성한 선수는 1993년 ‘쿠바의 전설’ 하비에르 소토마요르가 유일하다.
실제로 우상혁은 지난 16일 예선에서 2m28㎝까지 단 한 차례의 실패 없이 모두 바를 넘는 ‘클린 시트’를 기록, 공동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그리고 결선에서도 첫 번째 주자로 나서 △2m19㎝와 △2m24㎝ △2m27㎝ △2m30㎝를 모두 1차 시기에서 성공하며 가벼운 발걸음을 이어갔다.
하지만 5명이 본격적으로 메달 경쟁을 한 2m33㎝에서 위기를 맞았다. 1차 시기에서 도움닫기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번 대회 처음 실패를 맛봤고, 2차 시기에서는 착지 과정에서 엉덩이가 바에 걸리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마지막 3차 시기에서 바를 넘으며 극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2m35㎝ 1차 시기에서도 공중 동작에 아쉬움을 남기며 실패했지만, 2차 시기에서 성공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다.
그리고 2m37㎝에서 바심과 마지막 승부를 벌였다. 우상혁은 1차 시기에서 속도와 수직상승력은 좋았지만 공중동작에 아쉬움을 남기며 실패했다. 반면 바심은 1차 시기에서 성공하며 우상혁을 압박했다. 이에 우상혁은 2차 시기에서 바를 2m39㎝까지 올리며 금메달 도전 승부수를 띄웠다. 3차 시기까지 두 번 모두 실패했지만 이미 새 역사를 썼고, 미래가 더 밝았기에 환하게 웃으며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우상혁은 경기 후 자신의 SNS에 “역사적인 날”이란 메시지와 함께 태극기 이모티콘을 붙였다. 그러면서 “응원해 주신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고 남겼다. 2m33㎝에서 3차 시기까지 간 점은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는 대한육상연맹을 통해 “경기 운영이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면서 “바심의 컨디션이 더 좋았다”라고 인정했다.
그의 도전은 계속 된다. 오는 9월 전역하는 우상혁은 2023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육상 사상 첫 금메달에, 2024 파리올림픽에서 트랙ㆍ필드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은 올림픽 도로 종목인 마라톤에서 황영조(1992년 바르셀로나 금메달)와 이봉주(1996년 애틀랜타 은메달)가 메달을 땄지만, 트랙ㆍ필드에서는 아직 메달리스트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더 준비를 철저히 해 내년 부다페스트 대회와 2024년 파리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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