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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갈등에도 수준과 품격이 있다

입력
2022.07.20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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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여의도 국회.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야 양대 정당 내부가 모두 시끌시끌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당대표가 소위 윤핵관과의 갈등 끝에 사실상 축출되었고, 뒤이어 윤핵관의 핵심을 자처하는 인사들 사이에서 다시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친명'과 '반명'으로 갈려서 신임 당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극심한 계파 갈등 속에서 당내 리더십은 공백 상태이고, 산적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문도 못 열고 있다.

하기야 한국 정당사에서 계파 갈등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친명과 반명에 앞서 친문과 반문,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친노와 비노가 있었다. 보수 정당에서도 친이와 친박의 대립이 친박과 비박의 갈등으로, 나아가 소위 진(眞)박과 가(假)박이라는 웃픈 논란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렇게 보면 한국 정당에서 계파 갈등은 으레 벌어지기 마련인, 변수보다는 상수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계파 갈등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하나의 정당에 소속되어 유사한 정치적 지향점을 추구한다고 해도 그 방법론과 속도에 있어서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비슷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당내 계파를 구성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 정당에서 발견되는 특징은 계파가 정책적 입장이나 이념 성향의 차이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나 유력 대선 후보 개인과의 친소관계를 기반하여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몇 가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첫 번째로 정치적 입장이나 이념 성향에 따라 형성된 계파는 국정목표 추진을 위해 의회의 지지가 필요한 대통령과 대등한 파트너로서 협상에 나설 수 있지만, 개인적 친소관계에 기반한 계파는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에서 철저하게 을(乙)의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존재 기반이 계파 보스의 정치적 지위와 권력이다 보니, 계파는 보스가 배분하는 부산물에 의존하며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는 이익공동체로 전락할 뿐이다.

두 번째로 사적 네트워크에 기반한 계파 정치가 소위 '팬덤 정치'가 나타나는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당의 노선과 지향점을 둘러싼 갈등은 해당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들이 당내에 반영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오히려 정당의 컨텐츠가 풍부해지는 동시에, 특정 개인에 의존하지 않는 계파 고유의 입장과 지속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반면 특정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가 갈등의 축이 되어버린다면, 정당 지지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성은 억압되고 우리 편이 아니면 상대편이라는 이분법적인 대결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이 부분이 당심과 민심 사이의 괴리가 나타나는 결정적인 지점일지도 모르겠다.

일찍이 샤츠슈나이더는 "갈등은 민주주의의 엔진"이라고 표현했으며, 이는 당내 역학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계파 갈등은 강제로 억누를 일도 아니고, 애써 무시하고 눈을 돌릴 일도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한편, 치열한 토론과 조율을 통해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을 구체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다만 문제는 갈등에도 수준과 품격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더는 의원들이 사람 이름만 바꿔가며 헤쳐 모이기를 반복하지 않는, 계파를 넘어 정파(政派)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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