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봉교회 안양호 목사 농기계 20대 구입
"농기계 보관 시설이라도 있으면...” 소망
안양호 위봉교회 목사가 이웃 주민의 농사일을 돕기 위해 농기계를 빼고 있다.
“예배와 찬양만이 목회 활동은 아닙니다. 어르신들이 꼭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드리는 것도 목회입니다. 다행히 기계를 다루고 수리하는 재능이 있어 도와 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 위봉교회 안양호(60) 목사는 마을에서 ‘농부목사’로 불린다. 지난 2018년 이 교회에 부임한 후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목회 활동 외에는 이웃 주민들의 밭을 갈아주고 고장 난 농기계도 수리해주는 등 마을 대소사를 함께 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3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위봉마을은 안 목사가 오기 전만 해도 활력을 잃은 오지산골에 불과했다. 주민 대부분이 70대 이상 고령이어서 가파른 산길 밭농사가 힘들어 놀리는 땅이 많았다.
안 목사는 먼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꽃길 조성에 나섰다. 아름다운 꽃을 보러 방문객들이 조금씩 늘자 해바라기 6,000주를 심었고, 작년에는 8,500주로 늘려 포토존과 산속 장터인 마운틴 마켓, 버스킹 등을 추진하는 등 ‘스토리가 있는 위봉마을’로 만들었다. 이제는 입소문을 타고 사진작가들과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
해발 350m의 분지에 자리한 이 마을은 산길이 없어 밭농사가 쉽지 않다. 안 목사는 악조건에서 밭일을 하시는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 트랙터와 경운기, 관리기, 예초기, 땅속작물 수확기 등 중고 농기계를 하나씩 구입했다. 이렇게 마련한 농기계가 20대나 된다. 최근에는 어르신들의 장작 패는 모습이 안타까워 유압도끼까지 사들였다.
농기계로 무성한 잡초도 제거해주고, 경사진 조그마한 밭을 뜻하는 속칭 ‘뙈야기밭’도 갈아드린다. 풀이 우거진 밭을 갈다가 트랙터가 거의 뒤집혀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힘들게 일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는댜”고 반문했다.
군산기계공고와 서울시립대를 나와 미국 코넬대 박사학위까지 갖고 있는 안 목사는 기계를 잘 다뤄 어르신들의 농기계가 고장이 나면 곧바로 달려가 무료로 수리해 준다. “이웃을 섬기는 게 목회자의 본분이지요. 손과 발을 꼼지락거려서 주변 농사일도 도와 드리고, 농기계 수리도 해주고, 마을 가꾸기도 하고 있어요. 이웃과 나누고 섬길 수 있는 모든 게 은총입니다.”
안 목사는 자신이 지은 수확물도 이웃에게 나눠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1,300㎡ 규모의 포도농사도 지어 이웃과 함께 나누고 있다. 또 과거에 배운 제빵기술로 빵을 만들어 인근 학교 학생들과 군부대에 나눠주는 봉사도 수년째 계속하고 있다.
안 목사는 “마을 주민을 위해 농기계를 사들였는데 비가림막이 없어 중고 농기계가 녹슬고 노후화하고 있다”며 “농기계를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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