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실, 조세 저항 적은 감세 반기는 기류
예산실, 없는 살림 쥐어짜느라 머리 싸매
"두 조직, 정권 교체로 업무 가장 많이 변화"
기획재정부 내 실세 조직인 세제실과 예산실의 올해 키워드는 '깎자'다.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작은 정부'로 가기 위해 전자는 세금을 적게 걷고, 후자는 사업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향점은 같은데 고민은 정반대다.
우선 세제실은 정부 기조를 내심 반기는 기류다. 조세 저항이 거센 증세와 달리 감세를 마다할 납세자는 사실상 없어 세제 정책을 구상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실제 21일 내놓을 세법개정안에 법인세 최고세율(25%) 인하,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감세를 예고한 상태다. 당정 협의 과정에서 잡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초기 더불어민주당과 기재부가 세법개정안을 두고 한판 붙었던 모습과 대조된다. 당시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득세·법인세 강화 주문에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맞섰다가 결국 한발 물러나 증세를 지휘했다.
이에 반해 예산실은 머리를 싸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풀었던 나랏돈을 조이려는 윤석열 정부 노선에 맞추기 위해서다. 예컨대 재정을 아껴 쓰면서 병사 월급 200만 원 등 국정과제를 달성하는 건 없는 살림을 쥐어짜는 격이다. 예산실은 다음 달 말 2023년도 예산안 발표에 앞서 기존 사업 예산 삭감은 불가피하다며 각 부처에 시어머니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예산실 위상이 예산 관료를 중용한 문재인 정부 때보다 다소 떨어지면서 일할 맛이 안 난다는 분위기도 있다. 예산실은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장관(김동연·홍남기) △국토교통부 장관(노형욱) △국무조정실장(구윤철) 등 다수의 장관을 배출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예산실보단 추경호 부총리, 최상목 경제수석 등 옛 재경부 출신을 요직에 앉혔다.
물론 감세 정책이 세제실에 유리하고, 긴축 재정이 예산실에 불리한 사안이라고만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세제실은 전방위 감세로 불가피한 세수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
반면 예산실은 내년도 예산을 짠돌이처럼 짤수록 문재인 정부에서 만성화한 적자 국채 발행을 최소화해 나랏빚(국가부채) 증가를 제어할 수 있다. 또 긴축 재정 시기엔 기존 사업 예산이 깎일까 봐 노심초사하는 각 부처가 기재부 눈치를 더 보기 때문에 예산실 파워는 오히려 세진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제실과 예산실은 정권 교체로 기재부 내에서도 업무가 가장 많이 달라진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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