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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럽' 국내 항공사, 中 군사훈련 탓 출발 지연 되풀이…"올해도 수십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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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천~유럽' 국내 항공사, 中 군사훈련 탓 출발 지연 되풀이…"올해도 수십 차례"

입력
2022.07.18 15:00
수정
2022.07.18 17:20
13면
0 0

OZ542, 출발 시간 17일 오후 7시→18일 낮 12시
KE902, 출발 시간 18일 오후 9시→19일 오후 4시
中 란저우 항로, 매년 수십 차례 군사훈련으로 닫혀
아시아나 "식사 구매 쿠폰 제공…피해 최소화 노력"
대한항공 "고객 신속 연락…구체적 보상 계획 없어"

1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해외 입국자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1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해외 입국자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중국 정부가 군사훈련을 이유로 인천에서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으로 향하는 최단 노선인 란저우(蘭洲) 항로를 올 상반기에만 수십 차례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승객 수백 명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항공기 출발이 미뤄지면서 해외 공항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지만 한국 정부나 항공사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마땅치 않은 상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하늘길에 제한이 생겨, 중국을 우회하는 노선이 많아지면서 불편을 겪는 일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7월 17일 오후 7시(이하 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OZ542편은 18일 낮 12시로 출발 시간이 지연됐다. 변경 사유는 중국 란저우 항로 폐쇄와 프랑크푸르트 공항 심야 이착륙 제한(커퓨)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17일 오후 12시부터 6시 5분까지 비행정보구역(FIR) 군사훈련을 이유로 항로를 폐쇄, 항공고시보(노탐)를 보내왔다. 다만 군사훈련이 예정보다 일찍 끝나, 오후 3시 19분 항로를 다시 열었다. 실제 하늘길이 닫힌 시간은 3시간 남짓이지만, 란저우 항로를 통과하는 항공사들은 최소 6시간 이상 지연을 겪어야만 했다. OZ542편도 인천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늦게 도착,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커퓨에 걸려 다음 날 출발 해야만 했다.


아시아나항공 OZ542편으로 운항하는 'A350-900' 여객기. 아시아나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 OZ542편으로 운항하는 'A350-900' 여객기. 아시아나항공 제공


이로 인해 OZ542편 탑승객들은 불편을 겪었다. 출발 날짜가 변경되면서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숙소를 구하지 못한 일부 승객들은 공항에서 밤을 지새운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도착 날짜도 18일에서 19일로 하루 미뤄지면서 모든 승객들은 한국 도착 후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아시아나항공은 귀책 사유가 없지만, 탑승객들에게 도의적 차원에서 식사를 구입할 수 있는 '밀쿠폰'을 지급했다.

지연 사태는 아시아나항공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18일 오후 9시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에서 출발 예정인 KE902편이 19일 오후 4시 출발로 19시간 지연됐다. 또 런던, 비엔나, 암스테르담 등 유럽 노선 전체가 란저우 항로 폐쇄 영향으로 최소 3시간 이상 늦어졌다. 대한항공 측은 이번 운항 지연에 대한 구체적 보상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원인이 중국 정부에 있어, 원칙적으로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란저우 항로 폐쇄 직후 탑승객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연락을 취했다"며 "아직까지 고객들의 불만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란저우 항로 폐쇄 매년 수십 차례 발생…피해는 여행객 몫

대한항공 KE902편으로 운항하는 'B777-300ER' 여객기.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KE902편으로 운항하는 'B777-300ER' 여객기. 대한항공 제공


문제는 이와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점이다. 란저우는 중국의 군사·전략적 요충지로, 중국 인민해방군의 7개 군구 중 하나인 '란저우군구'가 있다. 때문에 중국 군부의 반대로 항로 개발도 다른 지역에 비해 늦었다. 중국 정부는 군사훈련을 이유로 해마다 수십 차례나 항로를 폐쇄한다. 올해도 이미 다달이 4, 5회가량 벌어졌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 란저우 항로를 이용하는 모든 국가가 중국에 항의조차 못 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하늘길에 제한이 생겨, 중국을 우회하는 노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피해는 여행객이 고스란히 떠앉고 있다. 변경된 운항 시간이 하루 전 고지되지만, 시간·금전적 손해는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전에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다. 란저우 항로를 지나는 노선의 항공권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군사훈련으로 항로 폐쇄가 빈번하다"는 안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항공사들은 다른 노선과 동일한 "운항 일정이 유동적일 수 있다"는 식의 안내만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한국 출발 유럽행 노선은 전 항공사가 중국 영공을 통과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영공 폐쇄를 할 경우 지연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해당 상황 발생 시 손님에게 문자메세지, 이메일, 알림톡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지를 하고 있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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