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데이 20달러 미만이 58%
코로나도 버틴 커피전문점 방문 줄어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사는 한인 장모(33)씨는 주말마다 코스트코에서 일주일치 장을 본다. 토요일인 16일(현지시간)에도 어김없이 가까운 코스트코를 찾았는데, 오후 3시에 이미 육류 매장 등 진열대 곳곳이 텅 비어 있었다고 한다. 장씨는 "이 시간대에 이렇게 동난 품목이 많았던 건 처음"이라며 "주말에 원래 붐비는 곳이긴 하지만 요즘은 더 북적북적하다"고 말했다.
41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 탓에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더 저렴한 가게, 더 저렴한 품목을 찾아 나서는 한편, 꼭 쓰지 않아도 되는 기호품 지출부터 먼저 지갑을 닫고 있다.
미국 내 570여 개 매장을 둔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는 이런 소비 패턴 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상품을 여러 개 묶어 저렴하게 파는 '박리다매'로 유명한 코스트코는 물가 불안 상황에서도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약 20% 늘었다. 이 덕에 최근 주가는 1년 전보다 26% 정도 오른 상태다. '싼 가격'을 앞세워 불황에 오히려 더 잘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저가 물품을 선호하는 경향은 오프라인(코스트코)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12, 13일 진행된 아마존의 최대 할인 행사 '프라임 데이'에서는 역대 최대 물량인 약 3억 개의 상품이 팔렸다. 특히 프라임 데이 지출을 추적한 뉴머레이터에 따르면 전체 주문의 약 58%가 '20달러 미만 물품'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서 쇼핑객들은 사치품보다는 필수품을 찾은 것으로 분석됐다. 예년에는 전자제품 같은 고가품이 판매량 상위를 휩쓸었지만, 이번엔 과자 묶음 상품이 상위권에 포함되기도 했다.
물가가 1년에 10% 가까이 오르는 기록적인 인플레 상황에서, 미국 소비자들은 커피 같은 기호식품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장소 빅데이터 분석업체 플레이서에이아이에 따르면,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의 지난달 방문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7.8% 줄었다. 커피 체인점인 던킨 역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1% 감소했다. 이들 업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번진 지난 2년 동안에도 방문객 수에 큰 타격이 없었는데, 이번엔 인플레 직격타를 제대로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9.1% 상승했다. 1981년 이래 최대폭이었던 전월(8.6%)의 기록을 다시 갈아치운 것이다. 야후파이낸스는 "인플레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더 많은 미국인들이 '매일 1잔의 커피'를 포기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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