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징크스 안녕, '괴물'로 돌아온 세 번째 시즌
소형준(21ㆍKT)이 3년 전 신인왕 시즌 성적을 넘어 이제는 국내 최고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2 KBO리그 전반기를 마감한 소형준은 16경기에서 10승(2패)을 거두며 다승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지난 9일에는 시즌 10승째를 올리며 국내 선수로는 가장 먼저 10승 고지에 올랐다. 투구 내용도 훌륭하다. 평균자책점(ERA) 7위(2.55)에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6위(1.05), 소화이닝 8위(106이닝) 등 투구 전 부문에 걸쳐 리그 상위 랭커다.
특히 개막 직후 KT는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부상 이탈하고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부진에 빠지면서 투수 운용에 애를 먹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꿋꿋이 마운드를 지켜준 것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시즌 초반 팀이 힘들었는데 (소)형준이와 (고)영표가 기대 이상 잘 버텨줬다”면서 “형준이는 구위도 좋아졌지만 멘털이 더욱 좋아지면서 정말 많은 성장을 했다. 후반기에도 이 기세를 이어갔으면 한다”라고 기대했다. 생애 처음 올스타전에도 초청받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소형준은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전반기에) 당초 목표했던 모습보다 120% 이상 해낸 것 같다. 좀 더 마음 편하게 후반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멘탈 회복력’을 원동력으로 꼽았다. 소형준은 “예전에 비해 위기가 오더라도 서두르거나 급해지는 모습이 줄었다”면서 “요즘에 실점하면 ’점수 줄 수도 있지. 다음에 잘 던지면 돼’라고 편하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실제로 선발 등판한 16경기에서 5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경기는 한 경기도 없다. 퀄리티스타트(QSㆍ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는 12경기나 되고 QS+(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8경기, 8이닝을 소화한 경기도 2경기나 된다. 이닝이터로 거듭난 그는 “점수를 주더라도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생각으로 공을 던지니 오히려 투구 수 조절도 잘됐다”라고 돌아봤다.
소형준은 데뷔 시즌인 2020년 13승(6패)에 ERA 3.86으로 신인왕을 거머쥐었지만, 팀이 통합 우승을 한 지난해엔 2년차 징크스를 겪으며 7승(7패)에 4.16으로 주춤했다. 소형준은 그러나 “오히려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가 됐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엔 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38㎞일 정도로 구위가 많이 떨어졌다. 구석구석을 보고 던지니 오히려 볼넷도 많아졌다. 그리고 카운트가 몰리면 장타를 맞았다”라고 패인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4점대 초반 ERA에 119이닝을 소화하며 시즌을 완주했다”면서 “조금만 구위를 끌어올리면 성적이 더 좋아지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팬들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소형준은 “예년엔 관중 100% 입장도 없었고 육성 응원이나 퇴근길 사인도 못 했다”면서 “얼마 전 선발 투수 불펜 투구를 커버하는데 화요일인데도 많은 팬들이 응원해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라고 전했다. 선수 인기의 척도인 유니폼 판매에 대해서는 “2020년엔 팀 내 판매량 2위였는데, 지난해엔 성적이 안 좋아서 3, 4위권이었다”면서 “올해도 박병호 선배님을 못 넘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전반기 KT 유니폼 판매 1위는 박병호다.
이대로라면 후반기엔 개인 최고 승수를 넘어 특급 투수의 지표인 15승 이상도 기대할 수 있는 페이스다. 소형준 역시 “(데뷔 시즌 승수인) 13승이든 15승이든 후반기에 달성할 가능성은 있을 것 같다”면서도 “숫자에 큰 의미를 가지려 하지는 않는다. 좋은 분위기를 후반기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반기 기록은 없었다고 생각하고 0부터 다시 후반기를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