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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끝난 바이든 사우디 방문..."이럴 거면 왜 갔냐" 비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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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끝난 바이든 사우디 방문..."이럴 거면 왜 갔냐" 비판 봇물

입력
2022.07.17 19:30
수정
2022.07.17 21: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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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증산·중국 견제, 핵심 목적 달성 못해
커진 빈살만 입지… "외교 무대 향할 기회"
'인권' 외면한 바이든 후폭풍 불가피할 듯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알살만궁에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다=AFP 연합뉴스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알살만궁에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다=AFP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은 순방 가치가 있었는지 의구심만 남긴 채 왕국을 떠났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중동 방문을 두고 이같이 꼬집었다. 인권 우선 가치를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감수하며 ‘중동 구애’에 나섰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온 데 대한 지적이다.

성과는커녕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된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국제적 위상만 공고히 해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요청에도 사우디 “석유 증산 불가능”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3’ 정상회의를 끝으로 3박 4일간의 순방을 마무리했다. 그는 회의에서 “미국은 중동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러시아, 이란이 (미국의) 공백을 채우도록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중동 지역 긴장 완화 추구 △중동 국가와 정치·경제·사회적 협력 추구 △인권 보호 등 미국의 중동 정책 원칙도 발표했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식량 위기 해결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3,2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수년간 이어온 미국의 탈(脫)중동 정책을 멈추고 다시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이다.

16일 이란 테헤란에서 반미 시위대가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짓밟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16일 이란 테헤란에서 반미 시위대가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짓밟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그러나 순방은 득보단 실이 더 많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핵심 의제 대부분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당장 최대 관심사였던 ‘석유 증산’ 문제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걸프협력회의(GCC)와 정상회담에서 "국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한 공급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데 우리는 동의했다. 향후 수개월간 벌어질 일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플러스(+)’ 회의가 예고돼 있는데, 이 자리에서 원유 증산 결정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사우디는 냉담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미 최대 생산 능력치인 하루 1,300만 배럴까지 증산을 계획했다. 이를 넘어서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사우디 측은 정상회담 직후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회의에서 원유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도 밝혔다. 미국의 요구에 공개적으로 ‘불가’ 방침을 밝혔다는 얘기다.

또 다른 목표인 ‘중국 견제’ 역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영향력 강화’를 천명했지만, 사우디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아델 알주베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을 떠나기도 전에, 미 CNBC방송에 “중국은 사우디 최대 교역 파트너로, 가장 큰 투자자이자 거대한 에너지 시장”이라며 우리는 모든 이들과 교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엄포’에도 중국과 맞잡은 손을 놓을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이란 핵을 명분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묶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시도도 큰 효과가 없었다.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다=AP 연합뉴스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다=AP 연합뉴스


"인권 관련 바이든 명성 타격"

인권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후폭풍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지지층 비판 여론을 뒤로한 채 사우디를 찾은 탓이다. 게다가 대선 과정에서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빈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한 점 등은 역설적으로 그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줬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하지 않으려는 고육책이었지만, 공개적으로 친근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되레 정통성을 인정하는 행위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피살된 카슈끄지가 몸담았던 워싱턴포스트의 캐런 아티아 칼럼니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은 내 동료의 피를 손에 묻힌 사람과 주먹 인사를 나눴다”며 “끔찍한 배신”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체적 성과도 없이 중동에 왜 갔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 주요 언론들은 바이든의 중동 방문이 사우디에만 이득이 됐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빈살만 왕세자 입장에서는 고립됐던 외교무대로 다시 나아갈 기회를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인권 옹호자로서 바이든의 명성은 빈살만과 주먹을 부딪치는 사진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잠재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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