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9년 차 배우 온주완
"중요한 건 가족... 가정도 꾸리고 싶어"
온주완의 목표는 '행복하게 사는 것'
장난기 가득한 웃음, 기껏해야 삼십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얼굴이지만 온주완은 어느덧 19년 차 배우가 됐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매력을 뽐내온 그는 지난 2016년 뮤지컬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 두려움과 설렘이 가득했던 도전은 온주완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이후 '그날들' '여명의 눈동자' 등의 무대에 섰고, 현재는 '모래시계'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온주완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최근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모래시계'를 관람했다. 높은 몰입도를 자랑하는 무대 구성과 이야기 전개는 드라마 '모래시계'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태수 역의 온주완, 우석 역의 송원근, 혜린 역의 박혜나는 탁월한 호흡과 가창력으로 기립 박수를 끌어냈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지난 1995년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동명의 장편 드라마를 160분 분량으로 압축한 작품이다. 지난 2017년 초연 이후 수년간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거쳤고, 5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온주완은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최민수가 연기했던 태수 역을 맡아 자신만의 매력으로 캐릭터를 재해석했다. 그를 직접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벌써 19년 차 배우가 됐다. 기분이 어떤가.
"데뷔 19년 차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김)동욱이와 데뷔작이 같다. 정말 10주년 정도 된 느낌인데 이렇게 오래 됐나 싶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나갔지? 이런 질문부터 뭐가 잘못된 거 같다는 느낌이다. 하하."
-드라마 영화 뮤지컬을 넘나드는 활발한 활동의 비결이 있나.
"운 좋게 계속 작품 활동을 했다. 공백이 길었던 때는 한번 있었다. 서른한 살 때 '더파이브' 하기 전에 좀 오래 공백기가 있었다. 그래봤자 1년이 안 되는 시간이었다. 돌아보면 열심히 잘해온 거 같다. 사실 내가 계획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목표를 잡는 타입도 아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 같은데 그냥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그러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작품 선택에 있어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을 때 즐겁고 행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연기를 하게 한 원동력이 무엇인가.
"'다른 배우를 데려왔을 때 누구든 할 수 있어'라는 말을 진짜 싫어했다. 다른 누가 아니라 나를 여기 앉혀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이가 할 수 있는 것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더 부각시켜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기 있을 때는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당당할 수 있게끔 (열심히 잘) 하는 게 맞다. '온주완이 해서 저런 캐릭터가 나왔나 보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노력했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무래도 데뷔작 '발레교습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너무 긴장이 되어 잠도 안 자고 촬영장에 가서 땡땡 부은 채로 촬영하고 그랬다. 데뷔작이니까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동욱이, 계상이 형과는 지금도 친하다. 돌아 보니 지금껏 해온 작품이 많더라. 그 당시엔 너무 하고 싶어서 '띵작'이라 하는 걸 선택했을 테니까 딱히 구별을 두고 싶지는 않다. 모두 너무 소중하다."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 출연 후 달라진 점이 있었나.
"'펜트하우스' 출연 후에 요즘도 식당에 가면 서빙하는 아주머니들이 '어머' 하면서 알아보신다. 보통 서빙을 한 분이 맡아서 하지 않나. 그런데 계속 다른 분이 오셔서 반가워해주신다. 어른들을 만나면 많이 알아봐 주시더라. 감사하다."
-배우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나 아쉬웠던 순간이 궁금하다.
"30대 초중반에 느낀 거 같은데 20대 때나 30대 초반까지는 배우의 삶이라는게 너무 내 인생에 많이 들어왔다. 삶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어느 순간에 '이건 분리시켜야 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 삶은 삶이고 배우라는 직업은 직업이고, 이게 합쳐지는 순간 너무 힘들단 걸 알았다. 그렇게 분리시킨 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제일 행복했다. 그걸 나눌 수 있었던 때가 철이 든 순간 같다."
-분리를 시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좀 내려놓으면 된다. 요즘은 SNS가 발달해서 연예인보다 더 유명한 사람도 많지 않나.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 커피숍도 우연히 왔다가 단골이 되고 사장님과 친해졌다. 그런 게 너무 좋다. 식당 가서도 '잘 지내셨어요?' 하고 이모님 안아드리고 그런다. 내 삶이 생겼을 때 너무 좋더라."
-일을 안 할 땐 주로 무엇을 하나.
"드라마나 영화 찍을 때는 물론 그럼 안되지만 감기에 걸려도 숨길 수가 있다. 공연은 감기에 걸리면 안 된다. 노래도 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공연을 못한다. 그래서 공연할 때는 더 안 돌아다닌다. 감기 걸릴 만한 데나 위험 장소들에 안 간다. 내가 원래도 '집돌이'다. 오늘도 청소하고 음악 틀어놓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멍 때리다 왔다. (웃음)"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가족이다. 나도 이제 그런 (결혼에 대한) 압박이 들어올 나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 마찬가지일 거다. 지금껏 배우를 하고 살아올 수 있었던 건 가족의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삶의 가치를 꼽는다면 가족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걸 떠나서 나도 가정을 꾸릴 때가 됐다. 결혼을 하고 싶단 생각은 30대 초중반부터 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꿈이 있다면.
"행복한 거다. 어렸을 때부터 '넌 어떤 삶을 살거야?' 하면 행복한 삶을 살 거라고 했다. 그 안에 사랑도 우정도 일도 있을 수 있다. 굉장히 많은 게 들어있다. 가만히 보면 사람들이 '나 지금 행복하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잘 없다. 누군가 내 컨디션을 물었을 때 '나 행복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인간으로서의 최대 목표점이 아닌가 싶다. 그런 노년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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